회사에 ‘근무 평가 최하 등급에게도 최소한 얼마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규정이 없고 성과급 지급률이 매년 새로 정해지는 경우에는 성과급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근무 실적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성과급 ‘최소지급분’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작년 말 나온 가운데, 최소지급분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법리가 새로 나온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 등 대한적십자사 전·현직 직원 3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이 소송은 A씨 등이 분기별 상여금과 성과급(실적평가급)과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포함해야 한다면서, 임금 차액과 퇴직금 증가분 총 5억6000만여원을 요구하며 지난 2013년 낸 것이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을 산정하는 데 쓰이고 퇴직금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앞서 2020년 2월 항소심은 분기별 상여금은 한 달 근무일수가 15일 이상인 경우에만 지급하도록 조건이 붙었기 때문에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실적 평가에 따라 이듬해 지급되는 성과급은, 최소지급분에 한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분기별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고 성과급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반대로 판단했다. 먼저 상여금에 관해서는 ‘재직 조건이나 근무 일수에 따라 조건부로 지급되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본다’는 작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성과급에 대해선, 지급률이 새로 정해지고 근로 실적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최소지급’ 규정이 없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한적십자사는 매년 전년도 근무실적 등을 평가해 지급률을 정한 뒤 그해 4~6월에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성과급은 해당 연도가 아닌 전년도 임금”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전년도에 근무 실적과 무관하게 소정근로(노사가 미리 정한 근로)를 온전히 제공하기만 하면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최소지급분’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성과급 ‘최소지급분’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새롭게 설시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전년도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지급 시기가 그 다음 해라고 하더라도 전년도 임금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최소지급분이 있는지도 전년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