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신공항 조감도./ 사진=HJ중공업

정부가 8077억원을 들여 건설하기로 한 ‘새만금 국제공항’의 사업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는 1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세운 사업 계획은 안전성과 환경적 영향에 대한 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져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말 착공해 2029년 새만금공항을 개항하려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래픽=이진영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주영)는 11일 전북 군산 주민과 시민단체 등 1297명이 “새만금공항 기본 계획을 취소하라”며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토부가 항공기의 조류 충돌 위험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공항 부지와 인근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새만금공항은 경제성이 없는데도 문재인 정부 때 ‘국토 균형 발전’ 명분으로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지역 균형 발전)이, 침해될 공익(항공 운항 안전성 확보 및 생태계 보존)을 상쇄할 만큼 중요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이 경제성과 안전성 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하는 정부의 ‘선심성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 제동을 건 것이다.

국토부는 “판결문을 면밀히 살펴보고 향후 대응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토부가 항소해도 2심 판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올해 착공은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성 없는데도… 文정부서 ‘새만금공항 예타’ 면제

서울행정법원이 11일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에 제동을 건 것은 정부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안전성과 환경 영향을 제대로 검토·평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국토부는 조류 충돌 위험을 축소 평가하고 입지 선정 절차에 반영하지 않았으며,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부실 검토하고 환경 훼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막연히 단정했다. 객관성과 합리성이 결여돼 부당하다”며 “이 사업 계획은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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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충돌 위험, 무안공항 637배”

재판부에 따르면 새만금공항 부지의 연간 조류 충돌 예상 횟수는 최대 45.92회(반경 13㎞ 기준)로 인천국제공항(2.99회), 군산공항(0.048회)의 수십~수백 배에 달했다. 작년 12월 여객기가 새 떼와 충돌하며 참사가 발생한 무안 국제공항(0.072회)의 637배다. 재판부는 “새만금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은 국내 어느 공항보다 높다고 나왔는데도, 평가 모델을 일관성 없이 적용하거나 평가 대상 지역을 축소해 위험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며 “국토부는 새만금공항과 조류 환경·규모가 유사한 무안 국제공항의 사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지만 참사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공항 건설로 인근 생태계가 훼손될 위험이 큰 반면, 국토부가 환경 보호를 위해 제시한 방안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공항 부지에서 7㎞ 떨어진 서천갯벌은 습지보호지역,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이곳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이 산다. 재판부는 “사업 부지와 인근에 사는 조류를 모두 포획해 환경생태용지로 이주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주민들이 2022년 9월 소송을 낸 지 3년 만에 나왔다. 재판부는 원고 1297명 중 공항이 생길 경우 소음 피해가 예상되는 곳에 사는 3명만 원고 자격이 있다고 인정했다.

◇“경제성 부족” 지적에도 추진

새만금공항은 군산공항에서 서해 쪽으로 불과 1.35㎞가량 떨어진 새만금 부지에 340만㎡ 규모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처음 사업이 시작된 건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던 ‘김제공항’이 감사원 감사로 인해 무산된 이후다. 감사원은 2003년 김제공항의 항공 수요가 과다 예측됐고,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며 재검토를 권고했다. 이후 김제공항을 대신 전북 지역에 새롭게 추진된 게 새만금공항이다.

새만금공항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선정되며 경제성 등을 평가할 핵심 절차인 예비 타당성 조사가 면제됐고, 2022년 6월 총사업비 8077억원이 투입되는 기본 계획이 확정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2023년 8월 사업 필요성을 재점검하겠다며 중단했지만, 이듬해 7월 한국교통연구원 등이 진행한 사업 적정성 검토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재개됐다.

새만금공항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법원도 인정했다. 군산공항이 있는 데다 차로 1시간 반 거리(143㎞)에 있는 무안국제공항과도 수요가 겹친다. 2029년 73만명이 새만금공항을 이용할 것이라는 국토부 예측도 과다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올해 1~8월 군산공항 여객 수는 15만8102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23만1842명)보다 줄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전국 15개 공항 중 11곳은 지난 10년간 만성 적자”라며 “가덕도, 대구·경북, 제주2공항 등 전국에서 10개의 공항이 추진되는 사정이 기본 계획에 고려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소송에 참가한 시민단체 ‘​새만금신공항백지화 공동행동’은 “이번 판결은 단순히 새만금공항만을 위한 판결이 아니라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으로 진행된 모든 국책사업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전북도민의 뜻과 국가가 약속한 균형 발전의 대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정”이라며 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