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뉴스1

내란 특검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 등으로 기소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장에는 계엄 선포 당일 이 전 장관이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대화를 나눈 뒤 예정돼 있던 만찬 일정을 취소한 사실이 적시됐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관련 지시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건네는 장면을 이 전 장관이 목격한 정황, 계엄 선포 이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계엄 문건에 대해 협의한 정황도 기재됐다.

1일 본지가 입수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계엄 당일 오전 10시부터 30분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대화를 나눈 후 지방에서 예정돼 있던 만찬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적시됐다.

당초 이 전 장관은 오후 4시 20분 울산시청에서 열린 중앙지방정책협의회 회의에 참석하고, 이후 오후 5시 50분부터 7시 20분까지 만찬을 한 뒤 서울로 복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 전 장관과 대화를 나눈 후 협의회 회의 도중 회의장을 떠나 오후 5시 43분 울산역에서 서울행 KTX 열차에 탑승했다.

이 전 장관은 오후 8시 3분 서울역에 도착하자 곧바로 관용차를 이용해 용산 대통령실로 이동했다. 오후 8시 36분 대접견실을 들르지 않고 곧장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있던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가 담긴 문건을 건네받았다. 해당 문건에는 ‘언론사 5곳을 포함한 주요 기관에 대한 시간대별 봉쇄 계획 및 24:00경 언론사 5곳의 건물을 봉쇄함에 있어 소방청이 단전·단수에 필요한 조치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검은 당시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이 다른 국무위원들에게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전달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이를 허위 증언한 사실도 공소장에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계엄 당일 저녁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재외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켜라’는 지시가 담긴 계엄 문건을 전달받는 장면도 지켜봤다. 계엄 선포 이후에는 윤 전 대통령이 대접견실에서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에게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계엄 문건을 건네는 모습도 직접 목격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월 11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제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이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쪽지 주는 것을 보셨습니까”라는 질문에 “저는 못 봤습니다”라고 답했다. “외교부 장관이 (문건을) 받는 것은 보셨습니까”라는 질문에도 “그것도 못 봤습니다”라고 증언했다.

특검은 또 계엄 선포 직후 이 전 장관이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등이 적힌 계엄 관련 문건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협의하고, 이를 수용해 이행하기로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이후 밤 10시 54분부터 11시 5분까지 약 11분 동안 대접견실에서 다른 국무위원들이 모두 퇴실한 뒤 한 전 총리와 단둘이 남았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장관은 집무실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받은 계엄 관련 문건 3장을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꺼내 읽었다.

이 전 장관이 꺼낸 계엄 관련 문건에는 국회 등 주요 기관의 시간대별 봉쇄 계획과 특정 언론사 5곳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가 담겨 있었다.

이 전 장관은 그중 1장을 테이블 맞은편에 있던 한 전 총리에게 두 차례에 걸쳐 보여주고, 다시 다른 1장을 건네 읽게 했다. 이 전 장관은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문건 내용을 한 전 총리와 협의한 것으로 기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