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건진 법사’ 전성배씨를 통한 통일교 청탁 의혹 등으로 29일 구속 기소됐다. 역대 대통령 배우자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민중기 특검팀은 김 여사와 관련된 인사 청탁 대가 금품 수수 등 나머지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는 한편, 윤 전 대통령도 김 여사와 공모 여부를 밝혀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나란히 같은 법정에 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金, 범죄 수익만 10억3000만원
특검은 지난 12일 김 여사를 구속했을 때와 같은 혐의로 이날 김 여사를 재판에 넘겼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 8억1000여 만원의 수익을 거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또 김 여사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함께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 58건(2억7440만원 상당)을 무상으로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는다. 특검은 그 대가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명씨와 친분이 있던 김영선 전 의원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과 명씨 등 관련자를 추가 수사해 기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여사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도 적용됐다.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측근이었던 전성배(구속)씨를 통해 윤영호(구속)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 현안에 대한 청탁을 받고, 6200만원대 그라프 목걸이, 1000만원 안팎의 샤넬백 2개, 천수삼 농축차 2개 등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특검은 김 여사의 범죄 수익이 총 10억3000만원에 이른다고 보고 재판에서 확정되기 전까지 처분할 수 없도록 법원에 ‘추징 보전’을 청구했다.
◇매관매직·이권 청탁 등 계속 수사
특검은 이날 김 여사의 구속 기한(구속 후 최대 20일까지)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우선 드러난 혐의만으로 기소한 것이다. 특검 관계자는 “매관매직, 이권 청탁 등 추가로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2022년 3월 대선 직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에게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등 1억원 상당의 귀금속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의 인사 청탁 대가로 금품을 전달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박 전 검사는 실제 그해 6월 차관급인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김 여사는 또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에게 10돈이 넘는 금거북이를 받은 단서를 잡고, 윤석열 정부 때 처음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한 대가인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이 밖에 김 여사는 로봇개 수입업체 대표 서성빈에게 500만원을 주고, 5000만원대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대신 사오도록 했다는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양평 공흥 지구 개발 사업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金 “묵묵히 재판 임하겠다”
김 여사는 이날 구속 기소된 직후 변호인단을 통해 약 430자 분량의 입장을 밝혔다. 김 여사는 “제게 주어진 길을 외면하지 않고 묵묵히 재판에 임하겠다”며 “앞으로도 어떤 혐의에 관해서든 특검 조사에 성실하게 출석하겠다”고 했다. 구속 후 다섯 차례 특검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앞으로도 특검 조사에 응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김 여사가 대부분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보면 특검 조사보다는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또 “국민께 심려를 끼친 이 상황이 참으로 송구하고 매일이 괴로울 따름”이라며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변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밝게 빛나듯, 저 역시 저의 진실과 마음을 바라보며 이 시간을 견디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