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2일 밤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민중기 특검팀이 앞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자수서를 제시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 자수서에는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를 전달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모조품을 착용했다는 김 여사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거여서, 증거 인멸 우려에 대한 재판부 시각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김 여사에 대한 영장 심사는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 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오전 10시 10분부터 오후 2시 35분까지 4시간 25분가량 진행됐다. 김 여사 측에서는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특검에서는 한문혁·인훈 부장검사 등 8명이 영장 심사에 참여했다.
◇‘서희건설 자수서’ 제시에 허 찔린 金
이날 오후 1시까지 변론을 진행한 특검은 변론 막바지에 접어든 12시 50분쯤 이 회장 자수서와 실물 목걸이 등을 재판부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회장이 특검에 제출한 자수서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3월 (서희건설) 비서실장 모친 명의로 롯데백화점 반클리프앤아펠 매장에서 상품권으로 목걸이를 구매한 뒤, 김 여사에게 선물로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여사는 그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순방 때 6000만원대 반클리프 목걸이를 착용했는데, 이 목걸이가 공직자 재산 신고에 누락돼 정치권 등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지난 6일 특검 조사에서 “순방 때 착용한 목걸이는 2010년 홍콩에서 어머니 선물로 구입한 모조품을 빌려 착용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앞서 특검은 지난달 25일 김 여사의 친오빠 김진우씨의 장모 집을 압수 수색해 이 회장이 준 목걸이와 같은 모델의 모조품을 찾았다.
특검은 이날 재판부에 진품과 모조품 목걸이를 모두 제출하면서 김 여사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특히 김 여사가 일부러 모조품을 압수 수색 장소에 가져다 놓는 ‘알리바이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치 못한 증거 제시에 김 여사 측은 당황해 “이거 정말 큰일이다”라는 말을 되뇌었을 뿐 이 회장 자수서에 대한 반박을 제대로 못 했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구속영장 발부 핵심이 ‘증거인멸 가능성’인 만큼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특검은 이 회장이 전달한 목걸이를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준 뇌물로 판단하고 있다. 이 회장이 자수서에서 맏사위인 박성근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의 인사 청탁을 했다고 시인했기 때문이다. 박 전 지청장은 목걸이가 전달된 지 3개월 뒤 국무총리 비서실장(차관급)으로 임명됐다.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는 “박성근 전직 검사님을, 딱 이력서를 하나 보내주셨더라고요”라며 윤 전 대통령이 추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특검은 인사에 대한 사전 뇌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金, 주가조작 등 3대 의혹도 부인
김 여사 측은 이날 구속영장에 제시된 3대 의혹에 대해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즉 현재 피의자가 가지고 있던 꽃은 다 떨어졌다. 그 어떠한 권세나 권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영장 심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거기(블랙펄인베스트)에 내가 일단 (수익의) 40%를 주기로 했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통화 녹취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김 여사가 측근 주식 계좌로 3억원을 입금하고 증권사 직원에게 “차명으로 하는 것이니 알고 있으라” “도이치 3000만원어치를 사라”고 말한 녹취도 제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여사 측은 작년 10월 검찰이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을 강조하며 “정황 증거일 뿐”이라며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태균씨로부터 대선 기간 2억744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와 관련해서도 김 여사 측은 “여론조사 결과를 상품으로 생각했다면 정식 계약서를 쓰고 비용을 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안 청탁과 명품 목걸이 등 선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선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특검은 최근 김 여사가 2022년 9월 로봇개 수입 업체를 운영하는 A씨로부터 5000만원대 스위스 명품 시계를 전달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