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살인 및 존속살인 혐의를 받는 이모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나오고 있다./뉴스1

검찰이 경기 용인에서 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 가장에게 사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2일 수원지법 형사13부(재판장 장석준)는 이날 이모씨의 살인 및 존속살해 혐의 사건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이씨에게 사형을 구형하면서 “그간 안타까운 심정으로 접해왔던 여느 가족 간 살인사건과 쉽게 비견되기가 어려울 정도로 지극히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이며 그 피해가 매우 막심하다”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사업 실패 후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남겨주기 싫다는 이유로 가족 5명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사안으로 죄질이 불량하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일부 저항이 있었음에도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큰딸은 독일 유학 도중 가족들을 보기 위해 일시 귀국했다가 예기치 못한 살해를 당했고, 작은딸은 대학 신입생으로서 청춘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고도 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범행은 가족들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여기지 않고 본인이 마음대로 그들의 생활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발상에 불과하다”며 “그에 상응하는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이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해달라”고만 했다. 다른 변론은 하지 않았다.

수원법원종합청사. /뉴스1

이씨는 최후진술에서 “저는 지키고 보호해야 할 소중한 가족을 살해한 살해범”이라며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형 같은 법정 최고형으로 엄벌을 내려 달라.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다. 평생 뉘우치고 회개하며 살겠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 4월 14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80대 부모와 50대 아내, 10대와 20대 딸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떠먹는 요구르트 등에 수면제를 타서 가족들에게 먹인 뒤, 잠든 틈을 타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 직후인 같은달 15일 새벽 광주광역시로 도주했다가 같은 날 오전 경찰에 붙잡혔다. 현장에서 발견된 A4용지 한 장 분량의 자필 메모에는 ‘범행을 저지르고 본인도 죽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씨는 광주광역시에서 민간 임대 아파트 분양 사업을 해오는 과정에서 사업 부진과 채무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실제로 분양 사업과 관련, 사기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사업을 하던 중 계약자들로부터 사기 분양으로 고소당해 엄청난 빚을 지고 민사 소송까지 당하는 처지에 몰렸고, 가족들에게 채무를 떠안게 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