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준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이례적으로 빨랐다”고 밝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합의 기일 지정과 선고 모두 빨랐다. 이전에도 대법원에서 이렇게 한 적 있었나”라고 묻자, 오 후보자는 “제가 재판연구관을 하는 동안에는 그런 적이 없었다”면서 “조금 이례적이라고는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 판결은 헌법상 최고 지위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오 후보자는 내란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한 데 대해선 원칙과 다르단 취지의 의견을 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구속 기간을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구속을 취소시킨 결정이 맞는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오 후보자는 “일반적인 실무와 다른 부분이 있다”며 “중요한 사건을 결정할 때 기본 원칙을 충실히 검토해 결론지어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헌법 84조(대통령의 불소추 특권)를 근거로 재판을 무기한 연기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법원이 정치권 눈치를 보고 굴복한 것 아니냐’고 하자 오 후보자는 “법원이 나름대로 숙고해서 판단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또 “헌법 84조가 규정하는 ‘소추’를 할 수 없는 것은 검사의 공소 제기 뿐만 아니라, 공소 수행도 금지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사가 공소 수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재판이 사실상 상정될 수 없단 의미”라고 말했다.
오 후보자는 민주당 등이 추진하는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 설치에 대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의 “국수위 같이 소위 모든 수사기관을 조정하고 관할할 수 있는,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별도 기관을 설치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오 후보자는 “헌재의 결정에 따르면 가능한 범위에 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아울러 “수사·소추권의 조정은 입법 사항이라고 판시한 헌재 결정에 따라 공소를 담당하는 공소청과 수사를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수사·기소를 분리라는 것은 헌법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또 오 후보자는 “검찰 개혁이 성공적으로 돼서 수사권 제도가 정상적으로 잘 원활하게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답하기도 했다.
◇ 재판소원 “기본적으로 찬성”…“우리법, 정치 편향 논란 없게 하겠다”
아내인 김민기 수원고법 판사의 과거 진보 성향의 우리법연구회 활동 경력과 일부 재판 이력이 편향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배우자 때문에 제 판결이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배우자도 재판부 내 합의에 따라 독립적으로 양심에 따라 판결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편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재판소원)’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오 후보자는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헌재 소송은 일반 민사나 형사 사건과 달리, 국민의 기본권의 공백이 없는지 헌법적 관점에서 재판하는 것이므로 ‘4심제’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헌법 위반을 사유로 하지 않는 재판 소원에 대해서는 각하(却下)해, 사전에 걸러내기 때문에 재판 소원을 도입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헌재의 재판 지연이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재판의 근본은 성의에 있다’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이 가슴깊이 새겨야 할 법관의 기본자세라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고자 노력했다”며 “일반 국민의 정의 관념과 동떨어진 독단적인 판단을 하거나, 소수의 약자가 처한 현실에 눈 감은 채 형식 논리만 적용해 판결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며 재판했다”고 했다. 또 “헌법 규범과 가치에 따라 우리 사회의 갈등을 통합·조정하고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데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는 김건희·순직해병 특검의 국민의힘 권성동·이철규 의원 압수수색 여파로 시작이 다소 지연됐다. 청문회가 시작된 이후, 민주당 측이 윤 전 대통령을 비호했던 국민의힘을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날선 말들이 오갔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을 비호했으므로 마땅히 위헌정당으로 해산해야 한다”고 했지만,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당원 개인의 행위를 정당의 행위로 귀속시킬 수 없다면 당연히 정당 해산이 될 수 없다는 게 법리”라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