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 등에 설치한 예술품을 ‘순수 창작물’이라 오해해 세금을 내지 않은 경우 추가 세금(가산세)을 부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예술가 A씨가 인천 연수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조형물 등 예술 창작품을 제작·설치하는 예술가였다. 그는 2016년과 2018년 건설사와 계약을 맺고,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와 경남 양산의 신축 건물에 각각 조형물과 미디어아트 작품을 설치하기로 했다. 계약금은 각각 1억5700만원, 1억5000만원이었다.
두 계약에는 예술품을 제작·설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들이 건축물에 설치되기 위해 필요한 관할 관청의 ‘작품 심의 통과’까지 예술가 측이 담당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A씨는 자신이 제공한 예술품이 ‘순수 예술 작품’에 해당한다고 판단,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라 보고 세금계산서가 아닌 ‘면세용 전자계산서’를 발급했다. 부가세법상 순수 예술 창작품은 면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세 당국은 “A씨는 예술품 공급 외에도 심의 절차 대행, 예술품 설치 등 종합적인 용역을 함께 제공했으므로 과세 대상”이라며 부가세를 부과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가산세도 부과했다.
1심은 A씨에게 부가세를 부과한 것은 타당하다고 봤지만, 가산세 부과에 대해선 “예술품에 대한 계약금이 대부분(73~86%)을 차지하는 등 면세 대상이라고 오해할 만한 나름의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이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2심은 “A씨가 맺은 계약의 주 목적은 행정 심의 통과에 있고, 예술품의 제작·설치는 그 수단에 불과하다”며 A씨가 가산세까지 모두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가산세 부분에 대해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계약의 성격과 체결 경위, 예술품이 전체 계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A씨가 이 사건 예술작품 공급을 부가세 면세 대상으로 오인한 데 나름의 이유가 있었는지 심리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납세의무자가 의무를 게을리한 점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가산세라는 행정상 제재를 가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에는 가산세를 면할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잘못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