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변론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보내라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엉터리 투표용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10월에 국정원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선관위 전산시스템 관련 보고를 받았는데 정말 많이 부실하고 엉터리였다”고 했다.

그는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당국이 행정·사법 사무를 관장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같은 데는 계엄군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관위에 정보사 소속 장병이 투입된 경위에 대해서는 “계엄 해제 후 언론을 통해 알았다”며 “김 전 장관이 구속되기 전 물었더니 정보사 요원들이 IT 실력이 있어서 보냈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지시한 시점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11월 29일 이나 30일쯤인 것 같다”며 “감사원장 탄핵안을 발의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김 전 장관에게 계엄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여인형 “경찰청장에 명단 알려주고 위치 파악 요청”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체포 명단을 알려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여 전 사령관은 국회 측이 “계엄이 선포된 지난 12월 3일 오후 10시 30~40분 조 청장과 통화했느냐”고 묻자, “조 청장에게 통화로 특정인에 대한 위치 파악을 요청했고,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야 하니 경찰 인력을 보내달라고 했다”고 답했다. 다만 “위치 파악에 대해선 조 청장과 기억이 달라 형사 재판에서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체포 명단을 공유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계엄 당시 홍 전 차장으로부터 먼저 전화가 왔지만 통화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라면서도 “홍 전 차장과는 형사 재판에서 따질 부분이 많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홍 전 차장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여인형, ‘정치인 체포 명단’ 증언 거부… “반대되는 진술 많아”

여 전 사령관은 이날 ‘정치인 체포 지시’에 관한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했다.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체포 대상자 14명에 대한 명단을 받은 적 있냐”는 국회 측 질문에 “형사 재판에 관한 사항이라 진술 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장관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부하들에게 전파한 사실이 있지만, 자세한 지시 내용을 언급하긴 어렵다는 취지다.

이어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12월 4일 새벽 12시 38분쯤, 부하들에게 ‘우원식·이재명·한동훈부터 체포하라’고 지시했냐”는 국회 측 질문에는 “증거 기록을 보면 이와 전혀 반대되는 진술도 많다”고 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김지호 기자

◇ 여인형 “국군 통수권자 명령 따르지 않을 군 없어…책임지겠다"

여 전 사령관은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내린 비상계엄 명령을 따르지 않을 군인은 없다고 했다. 부하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며 책임은 사령관 본인이 지겠다고도 했다.

이어 “방첩사령부 책임자로서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국군 통수권자로부터 구체적으로 부여된 명령을 따르지 않을 군인은 없다”고 했다. 또 “구체적으로 부여된 지시를 군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신중한 태도로 했는지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여 전 사령관은 대통령 측이 ‘비상계엄 선포가 합법 절차였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국군 통수권자가 하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짧은 순간에 합법, 위법 생각하다는 것 자체가 군인들에게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이 열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