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병원과 달리 정신병원에 한의사를 두지 못하게 하는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회는 연말까지 해당 법 조항을 고쳐야 한다.
헌재는 23일 정신병원 내에는 한의사를 둘 수 없도록 규정한 의료법 등에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8인)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법 개정 때까지만 그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당초 일반 병원에서 한의과 진료과목을 설치·운영해오던 A법인은 2021년 4월 의료기관 종류를 정신병원으로 변경하면서 그해 6월 보건복지부에 정신병원 내에 한의과 진료과목을 설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한 달 뒤 “의료법 제43조 제1항에 따르면 한의과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병원·치과병원·종합병원을 규정하고 있어 정신병원은 한의과 진료과목을 설치·운영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A법인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지난 2021년 7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 사건에선 해당 의료법 조항이 합리적 이유 없이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자를 병원·종합병원·치과병원을 운영하는 자와 달리 취급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헌재는 의료법이 바뀌어 온 경위에 주목하며 정신병원을 다른 기관들과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2009년 개정 의료법은 요양병원에 포함되는 정신병원도 다른 병원급 의료기관과 같이 의과, 한의과, 치과 진료과목을 모두 설치·운영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2020년 개정 의료법은 정신병원을 요양병원과는 구분되는 별도의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규정했고, 정신병원엔 한의사를 둘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헌재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등 의과와 한의과의 협진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신병원에 대해서만 이를 허용하지 않을 만한 사유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종합병원·병원·치과병원과 달리 정신병원의 경우에만 한의사의 협진을 허용하지 않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특히 정신병원에 치과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하는 것은 허용하면서 한의과 진료과목은 허용하지 않게 된 특별한 이유 역시 상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신병원에 한의과 진료과목을 설치·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필요한 시설·장비가 갖추어진 상태에서 한의사에 의한 진료가 이루어지게 돼 국민의 보건위생상 어떠한 위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올해 12월 31일까지 국회에 개선입법을 요구했다. 헌재 관계자는 “입법자는 이번 결정의 취지에 따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개선입법을 해 위헌적 상태를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