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뉴스1

회사 정관에서 정한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취업규칙을 개정해 정년 규정을 바꾼 경우, 이를 근거로 근로자를 정년퇴직시키는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20일 파기환송했다.

소송을 제기한 A씨는 1957년생으로, 만 60세가 되는 해인 2017년 한 사회복지법인에 장년 인턴으로 입사했다. A씨는 인턴 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회사 측과 근로 기한을 정하지 않은 정규직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고 근무를 이어갔다. 당시 해당 법인의 정년퇴직 연령은 만 60세였다.

사측은 2020년 9월 취업규칙을 개정해 정년을 만 60세에서 64세로 늘렸다. 이후 2021년 6월 만 64세가 된 A씨를 정년퇴직 처리했다. 문제는 당시 취업규칙을 개정할 때 정관에서 필수로 규정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측은 이듬해인 2022년 3월에야 해당 규칙을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소급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A씨는 회사가 이사회 의결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자신을 정년퇴직 처리한 것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 승소, 2심은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은 “개정 취업규칙은 정년을 만 64세로 연장한 것으로 A씨를 포함한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게 아니다. 이사회가 이를 소급 시행하기로 유효하게 결정한 것”이라며 “A씨에게도 만 64세의 정년이 적용돼야 하고, 정년퇴직 처리를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취업규칙을 개정한 것은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가 정년퇴직될 당시인 2021년 6월 개정 취업규칙은 이사회 의결을 얻지 못해 효력이 없는 상태였다”면서 “유효하지 않은 만 64세 정년을 근거로 A씨의 근로관계가 당연히 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2022년 3월 이사회가 취업규칙을 의결한 시점에는 A씨 정년이 지난 것이 확실해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