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민경

연인과 영상 통화 중 상대방의 나체가 드러난 모습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몰래 녹화한 경우, 이를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또 나왔다. 성폭력처벌법이 금지하는 불법 촬영은 신체를 직접 촬영하는 것으로, 영상 통화를 녹화·저장한 행위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최근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등 혐의로 기소된 외국인 A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이 같은 취지로 깨고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8월~2023년 5월 B씨와 교제하다가 이별한 후 스토킹, 협박 등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교제 중 영상 통화를 하면서 샤워 중인 B씨의 나체를 스마트폰 녹화 기능을 이용해 촬영하고, 이별 후 영상 일부를 캡처해 유포한 혐의도 받았다.

성폭력처벌법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상대방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쟁점은 A씨가 영상 통화 중 B씨의 나체를 촬영한 것이 성폭력처벌법이 금지하는 ‘신체 촬영’에 해당하는지였다. 1심은 “A씨는 피해자 몰래 나체 사진을 촬영했다가 이를 유포할 듯이 협박했고, 실제로 온라인에 전시했다”며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2심도 동일하게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이 금지하는 촬영은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하는 것’에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 사례처럼 영상 통화를 통해 전송받은 영상을 간접적으로 녹화·저장한 것은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도 대법원은 비슷한 사건에서 해당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해 신체 이미지를 촬영하는 행위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해왔다.

이번 판결에 따라 A씨의 불법 촬영 부분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A씨가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