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심재철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 자신이 거짓 자백을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쓴 언론사와 기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심 전 의원이 한겨레신문과 기자 3명을 상대로 “기사를 삭제하고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을 내린 원심을 지난달 8일 확정했다.

심 전 의원은 한겨레가 2004년과 2005년, 2018년에 주간지와 온라인 등으로 출고한 기사 3건이 자신에 관한 허위 사실을 담고 있어 사회적 가치·평가가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해당 기사에는 1980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이던 심 전 의원이 그해 6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신군부의 조사를 받으면서 구타와 강압에 의해 ‘김대중으로부터 돈을 받고 그의 집권을 위한 거리 시위를 지시받았다’는 등의 허위 자백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 “당시 구타에 못 이겨 허위 자백했다”고 고백하는 자술서를 1994년 뒤늦게 썼다는 내용도 있었다.

심 전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이 허위라며 2019년 9월 소송을 냈다. 심 전 의원은 당시 논란이 일자 입장문을 내고 “내가 체포되기 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은 다른 모든 피고인의 자백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이 사건 판결문에는 증거의 요지로 학생 운동권 등 63명의 이름이 나오는데, 여기에도 내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며 “내가 김대중씨 사형 선고나, 다른 피고인들의 중형 선고에 영향을 줬다는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에서도 자백하거나 허위 진술하지 않았고, 기사가 인용한 자술서의 내용도 일부 다르다고 했다.

1, 2심은 언론사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심 전 의원이 허위라고 주장하는 기사 내용 대부분은 그가 직접 작성한 진술서에 기재돼 있는 내용이거나, 기재 사건과 관련한 정황 등에 근거하여 작성된 것”이라며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허위라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2심은 기사 내용은 일부 허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심 전 의원이 김 전 대통령의 내란음모 사건 재판과 진술서에서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학생 시위를 위한 자금과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기사에 일부 틀린 내용이 있어도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들은 당시 군사법체계 내에서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 관한 객관적 자료에의 접근 가능성에 한계가 있고, 심 전 의원 진술 등에 대한 다른 해석의 여지도 있다”면서 “ 피고들로서는 이 사건 기사에 적시된 사실적 주장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심 전 의원이 청구한 기사 삭제 청구에 대해서도 “각 기사 게재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 이상, 기사 삭제 청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심 전 의원이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맞는다고 보고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사가 허위로 밝혀지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언론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법리를 재확인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