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진행되고 있는 남자 친구의 재산을 노린 채 혼인 신고서를 위조하고 통장에서 6000만원을 빼돌려 사용한 간호원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컴퓨터 등 사용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 유모(57)씨에게 최근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유씨는 2019년 10월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한의사 A씨와 연인 관계로 지내다가 2020년부턴 A씨가 운영하는 서울 동작구 한의원에서 간호원으로도 근무했다.
그러다 유씨는 2020년 7월 A씨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조작을 어려워해 계좌이체를 제대로 못 하거나 치료가 끝난 손님에게 다시 진료를 받으라고 요청하는 등 인지 및 기억력 저하 증상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 무렵 A씨의 누나도 A씨가 익숙한 곳에서 길을 잘 찾지 못하는 등 이러한 증상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후 A씨 누나가 ‘A씨를 병원에 한 번 데려가야 할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하자 유씨는 A씨를 몰래 병원에 데려간 뒤 진료 결과도 A씨 가족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누나가 A씨를 직접 병원에 데려가려고 하자 유씨는 임의로 동행했고, 당시 코로나 상황으로 보호자 1명만 병원에 입실하도록 하는 조치를 악용해 보호자를 자처한 뒤 A씨 곁을 지켰다.
유씨는 A씨가 치매 등 인지장애가 급속히 진행되는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을 앓고 있다는 결과를 의사로부터 들었는데도 “추가 검사를 받아야 A씨의 상태를 알 수 있는데 그가 진료를 받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워 퇴원했다”고 얼버무리며 또다시 진단 내용 등을 A씨 가족으로부터 숨겼다.
이 와중에 유씨는 A씨 재산도 노렸다. 유씨는 A씨 가족 등에게 알리지 않고 A씨와 혼인 신고를 한 뒤 재산을 착복할 계획을 세운 뒤 이를 실행했다. 혼인 신고서를 위조해 구청에 제출하고 또 자신의 성년 아들들을 몰래 혼인 신고서 증인으로 기재하기도 했다. 또 A씨의 금융계좌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을 알고 있던 유씨는 한의원 컴퓨터를 이용해 A씨의 계좌에서 600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해 사적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 부장판사는 “유씨는 A씨 의사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A씨의 동의 없이 이 사건 혼인 신고서를 위조한 다음 혼인 신고를 하였는바, 범행 방법 등에 비춰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유씨가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이 사건 각 범행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유씨가 혼인 신고서를 위조해 혼인 신고를 한 것이 바로 드러나 사문서위조 등 범행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