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도중 배심원에게 쪽지·전화·문자를 보내 위협한 30대가 재판에 넘겨졌다. 2008년 1월 국민참여재판이 시행된 이후, 배심원을 위협한 혐의로 기소된 첫 사례다.
부산지방검찰청은 지난달 12일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세 이상 국민 중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 1심에 참여해 유무죄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제도다.
A씨는 경찰관을 밀쳐 폭행한 혐의로 지난 5월 13일 부산지법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받았는데, 이날 자신의 사건 배심원 B씨에게 “억울하다”는 취지의 쪽지·전화·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불안했던 B씨는 “피고인이 자꾸 전화를 걸어온다. 전화번호가 노출돼 불안하다”고 검사 측에 알렸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 결과, 불구속 상태였던 A씨는 이날 국민참여재판 변론을 마치고 대기하던 중 법원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무작위로 전화를 걸다가 우연히 배심원 B씨와 연락이 닿았다고 한다.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으니 B씨가 “배심원으로 왔는데 무슨 일이냐”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B씨 차량에 쪽지를 남기고,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내 “검사의 신문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 “검사가 전과를 조성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검찰은 A씨에게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 법은 배심원에게 겁을 주거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의 위협 행위를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부산지검 공판부 신정수 검사는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보호하려면 배심원 보호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처음으로 이 법을 적용했다”고 했다.
해외에선 ‘배심원 위협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일도 종종 있다. 일본 후쿠오카지방법원은 2016년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배심원에게 “얼굴을 기억한다”고 위협한 피고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일본 ‘재판원 등에 대한 위박죄’는 재판원을 위박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배심원 평결이 기속력(羈束力·함부로 변경할 수 없는 효력)을 갖는 미국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만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