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출입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검찰이 피의자의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을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후 보관 중인 전자 정보 자료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폐기 예외 사유를 최소화하고, 수사팀의 신청 없이도 대검찰청이 직접 디지털 자료를 삭제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꿀 예정이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은 예규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한 피의자가 “검찰이 휴대전화 정보를 불법 수집·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디지털 포렌식 자료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검찰은 압수 수색, 디지털 포렌식 등으로 확보한 전자 정보를 대검 디지털 증거 관리 서버 ‘디넷’에 등록해 보관하고 있다. 불필요한 자료는 일선 수사팀의 ‘요청’이 있어야 없앨 수 있도록 돼 있다. 주임검사 등이 범죄 사실과 관련 없거나, 기소·불기소 여부와 판결이 확정돼 계속 보관하지 않아도 되는 자료를 폐기해 달라고 요청해야 지울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사건 담당 검사가 압수 자료 폐기에 소홀하면 개인의 민감한 정보가 검찰 서버에 무기한 방치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인지 사건은 수사 착수부터 재판 확정까지 5년 넘게 걸리기도 한다.

1~3년 주기로 있는 인사 이동과 담당 검사 변경도 디지털 포렌식 자료 방치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건을 인계받은 수사팀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다며 폐기 예외 규정(특례 조항)을 근거로 자료 폐기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검 과학수사부는 디지털 증거의 폐기 예외 규정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례 조항에 있는 관련성이 인정되는 사건에서 증거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될 때, 압수 수색 사건이 기소 중지나 참고인 중지 처분이 났을 때, 공범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야 할 때 등을 삭제할 예정이다. 또 유죄가 확정됐어도 피고인의 재심 청구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전자 정보를 10년간 보존할 수 있고, 내란죄·외환죄·국가보안법 사건·뇌물 사건 등의 자료는 영구적으로 보존한다는 규정도 삭제 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해당 조문이 없어도 재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필수 자료는 보관이 가능하다는 게 대검 판단이다.

대검은 담당 수사팀 신청 없이도 전자 정보를 직권 폐기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수사팀이 확보한 전자 정보를 적법하게 등록(수리)하지도, 없애지도 않았다면, 대검 디지털수사과가 직접 자료를 삭제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디넷에 보관 중인 전자 정보의 양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지난해 디넷에 등록한 모바일 증거 이미지는 5427건으로 2년 전(2984건)의 1.8배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