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2024.4.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1조 3808억원’ 2심에서 사상 최대 재산분할액을 기록한 최태원 SK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판결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양측의 공방 차원을 벗어나 재판부의 판결문 일부 수정까지 이어지면서 대법원이 최종 결론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시작은 최 회장 측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재판부의 ‘계산 실수’를 지적하면서 촉발됐습니다.

최태원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SK㈜ 지분의 뿌리가 1994년 인수한 대한텔레콤 주식인데, 이 주식의 가치 평가가 잘못됐다는 주장입니다. 1998년 5월 1주당 주가를 100원으로 계산했는데 이후 두 차례 액면 분할을 감안하면 1주당 주가가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는 것입니다.

대한텔레콤 주식이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 액면 분할을 거치면서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고, 이를 감안해 1998년의 주식 가치를 따지면 당시 주가 5만원을 50으로 나눠 1000원이 돼야 하는데 법원이 100원으로 잘못 계산했다는 것입니다.

최 회장 측이 기자회견을 가진 후 법원은 즉시 판결문을 경정(更正)했습니다. 경정이란 법원이 판결 후 계산이나 표현의 오류를 바로 잡는 절차입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치명적인 오류여서 경정 절차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100원->1000원 바꾸면 재산분할액 달라지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어도 2심에선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실 대한텔레콤 1주당 가격이 쟁점이 된 것은 최 회장 측이 자신은 선대로부터 기업을 물려받아 운영한 ‘승계상속형’ 사업가라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즉 기업 성장에 있어 자신에 비해 아버지의 기여도가 훨씬 크기 때문에 SK주식은 특유재산적 성격이 강하고 재산분할에도 이런 점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유재산은 부부 일방이 결혼 전부터 소유하고 있거나 자기 명의로 가지고 있는 재산으로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이혼사건의 재산 분할은 부부가 공동으로 이룩한 재산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가 “최태원 회장의 기여도가 더 크다”고 하면서 대한텔레콤 주식의 가액 변동을 언급한 것입니다. 고치기 전 판결문에 따르면 1994년11월 주식 취득 당시 8원에서 최 회장이 사망한 1998년 1주당 100원, SK C&C주식이 상장한 2009년 11월 35,650원이어서 최종현 선대회장 사망 전까지 불어난 주식 가치가 12.5배, 이후 상장시까지 355배가 불어났기 때문에 최 회장의 기여도가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경정을 하면서 선대회장 사망 전까지 늘어난 주당 가치가 125배, 사망 후 상장시까지는 35.5배로 바뀌었습니다. 즉 재판부의 계산 오류를 바로잡은 결과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기여도 비율이 125대 35.5로 역전됐고, 주식가치가 증가한 것은 결국 선대회장 덕이어서 65(최 회장)대 35(노 관장)의 기여도 산정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SK가 '항소심의 오류'를 지적하며 발표한 내용. 항소심 계산과는 달리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주가 기여도 비율이 125배:35.5배로 선대회장의 비율이 더 높다는 주장이다. 반면 재판부는 이 같은 오류는 주가 그래프 중간값의 기울기 변화에 불과하며 최종 결론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이에 대해 재판부는 18일 이례적으로 ‘경정’경위에 대한 보도자료까지 냈습니다.1000원을 100원으로 잘못 계산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그로 인해 최종 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요지입니다. 2심 판결의 핵심은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기여도 비율이 아니라 노소영 관장 아버지인 고(故)노태우 전 대통령 측의 기여 여부라는 것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 재판부는 이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존재로 인해 SK가 태평양증권을 인수하고 이동통신사업에 뛰어드는 모험적이고 위험한 경영활동을 감행했고, 이는 재산 증식에 대한 무형의 기여라고 판단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기여 여부에 대한 판단이 변하지 않는 한 100원을 1000원으로 고친 것은 주가 그래프의 중간값을 고친 데 불과할 뿐 판결의 최종 결론이 바뀔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혼소송의 재산분할은 사실심 변론종결시의 재산 가액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에 따르면 변론종결시인 2024년 4월의 주가 16만원에 변동이 없는 이상 중간값이 얼마가 되었든 최종 결론인 주문(主文)은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또한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기여도 비율도 SK주장대로 125대 35.5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최 회장이 선대회장 별세 후 현재가지 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주가를 평가할 때 2009년 11월 SK C&C주식 35,650원이 아니라 변론 종결 시점인 2024년 4월의 SK주가 16만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경우 SK주가는 선대회장 별세 시점인 1998년 5월 1000원에 비해 160배가 불어났고 따라서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기여도 비율은 125대 160, 즉 여전히 최 회장이 기업 성장에 기여한 부분이 크다는 논리입니다.

SK측은 이에 대해 또다시 반박 자료를 냈습니다. 재판부가 설명자료에서 판결문과 달리 비교 기간을 상장 시점인 2019년이 아닌 2024년까지 늘려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기여도 비율을 125:160으로 재산정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재판부가 실질적 혼인관계는 2019년에 파탄났다고 하면서 2024년까지 연장해서 기여도를 재산정한 이유를 묻기도 했습니다.

다만 실질적 혼인관계 파탄 시점이라는 2019년을 재산분할 기준시점으로 할 경우 오히려 최 회장이 더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2019년 11월의 경우 주가가 최고 27만원에 달하기도 했기 때문에 기여도 비율(65:35)이 변하지 않는다면 노 관장에게 줘야 할 금액이 더 늘어납니다.

◇유례없는 소송과 유례없는 대응..대법원 전망은

이처럼 판결이 끝난 후 상고에 앞서 한쪽 당사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 경정에 추가 보도자료까지 나오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기자들도 ‘숫자 공방’을 따라가기 숨가쁠 정도입니다. 그만큼 이 소송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치열하고 그 결과가 최 회장과 노 관장에게뿐만 아니라 SK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법원에서의 소송 쟁점은 SK주식이 특유재산인지, 재산분할 비율이 적정한지 등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1심은 1994년 선대회장에게 받은 2억 8000만원으로 SK주식의 뿌리인 대한텔레콤을 매수했다는 최 회장의 주장을 인정했고, 그 결과 특유재산이라며 재산분할에서 아예 제외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최 회장측 주장을 지폐계수기의 1분당 속도, 은행 지점간 거리까지 따져가며 분석한 결과 ‘선대회장에게 받은 돈으로 주식을 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SK 주식은 특유재산이 아니라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분할 대상이 됐고 여기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기여도 등을 반영해 1조 3808억원의 재산분할 결론이 나온 것입니다.

재판부의 ‘계산 실수’가 대법원 결론에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할 듯 합니다. SK측 주장대로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기여도 비율이 이 사건의 중요 쟁점이라고 본다면 ‘0′하나가 빠진 실수가 치명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 결론처럼 이 사건의 중요 쟁점을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기여 여부라고 본다면 ‘0′하나 빠진 것은 지엽적인 실수에 불과하고 재판부가 판결 경정을 한 이상 이런 이유로 대법원 판결을 뒤집어 달라고 주장하기도 어렵습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보기 드물게 논리가 탄탄한 판결이어서 0하나 빠졌다는 이유로 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합니다.

통상적으로는 재산분할의 기여도 문제는 사실심이 판단할 영역이어서 법률심인 대법원이 손댈 사항은 아닙니다. 다만 이 사건에 쏠리는 국민적 관심, 그리고 판결 경정까지 있었던 과정을 고려할 때 적어도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4개월 내에 재판을 끝내버리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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