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 이춘)는 국내 반도체 장비 제작 업체의 기술 자료, 인력을 중국으로 뺴돌려 장비 제작에 사용한 혐의(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아 설립된 반도체 장비 제작 업체 A사와 관련자 5명을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뉴스1

A사 부사장 김모씨는 2022년 재직 중이던 국내 업체에서 ‘반도체 증착 장비’ 설계 기술 자료를 몰래 별도 서버에 전송해 빼돌리고, 다른 국내 업체 2곳에 근무 중이던 인력들에게 핵심 기술 자료를 유출하게 한 후 A사로 이직시킨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구속 기소됐고 이날 추가 기소됐다. ‘반도체 증착 장비’란 열, 플라즈마 등을 이용해 웨이퍼(반도체 재료) 표면에 매우 얇은 막을 입혀 전기적 특성을 갖게 하는 핵심 장비다.

또 김씨는 2016년 9월 국내 대기업의 국가 핵심 기술인 18나노 D램 공정 기술을 필사한 뒤 촬영한 파일을 건네받고, 그해 11월 이를 중국 D램 반도체 제조 회사의 개발 자료로 사용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김씨는 다른 국내 반도체 업체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에게 “2배 이상의 급여와 A사 주식 배분을 보장하겠다”며 꼬드겨 핵심 기술 자료 유출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1994년부터 국내외 주요 반도체 기업에서 부장급으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지시에 따라 국내 반도체 장비 제조 업체에서 근무 중이던 방모 장비설계팀 팀장과 김모 장비설계팀 팀원 등 2명은 2022년 9월 첨단기술 장비 설계 도면 등 기술 자료를 별도 서버에 전송해 유출한 혐의 등으로 작년 12월~올해 1월 구속 기소됐고 이날 추가 기소됐다.

김씨 지시로 또다른 국내 반도체 장비 제조 업체에서 근무했던 신모 전기팀장 등 2명도 영업 비밀인 반도체 장비 통신 기술 자료 등을 별도 서버에 전송해 유출한 혐의 등으로 이날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 일당이 빼돌린 기술 자료는 피해 국내 업체들이 총 736억원의 비용을 들여 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검찰이 A사의 장비 제작 개발이 이뤄지던 도중에 범행을 적발하면서 개발 완료 및 시중 유통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김씨 등의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A사 대표 종모(중국인)씨, 경영파트 부사장 김모씨, 경영파트 제조담당 부장 첨모씨 등을 기소중지 처분했다. 이들이 검찰의 소환 조사에 불응하고 국외에 체류하고 있어 국내 입국시 즉시 수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