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납치‧살해를 저지른 일당의 주범들에게 법원이 2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범행을 자백한 일당은 일부 사정이 참작돼 감형받았다.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이경우(왼쪽부터), 황대한, 연지호./뉴스1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12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경우‧황대한 등 ‘강남 납치‧살해’ 사건 주범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은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가치이자,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한밤중 귀가하다 납치돼 사망에 이르게 된 피해자의 고통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경우에 대해선 “범행을 주도했으면서도 설득력 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며 “범행을 뉘우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유족들은 피해자의 죽음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유불리한 정상을 종합하면 원심 형은 적정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살인의 고의성을 부정한 다른 주범 황대한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사액이 마약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해도 수면마취제인 것은 알았기에 과다투여할 경우 위험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 없이 주사를 놓았고 투약 양이 치사량에 해당하는 점 등을 보면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다.

이경우‧황대한 일당의 범행을 배후에서 사주한 것으로 알려진 유상원‧황은희 부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1심과 같은 징역 8년과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상원과 황은희는 이경우를 만난 적이 없다며 공모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강도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강도를 넘어 강도살인까지 공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부부 유상원(51)·황은희(49)./뉴스1

이경우‧황대한의 납치‧살해에 동참했으나 범행을 자백한 연지호는 반성하는 모습 등이 양형에 참작돼 1심보다 2년 줄어든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연지호가 유족 중 일부와 합의한 점도 고려했다고 한다. 범행 막판에 이탈한 이모씨와 이경우의 아내 허모씨도 1심보다 줄어든 징역 4년과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경우와 황대한, 연지호 등 3인조는 작년 3월 29일 오후 11시 46분쯤 강남구 역삼동 피해자 A씨의 주거지 인근에서 그를 납치, 강제로 마약류 마취제 등을 주사해 살해했다. 이들은 납치 후 유상원과 함께 A씨로부터 코인을 빼앗으려다가 실패하자 살해한 뒤, 대전 대덕구 야산에 구덩이를 파고 시체를 암매장했다. A씨와 코인 투자로 수십억원대 규모의 분쟁을 겪고 있던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이경우 등에게 범행 착수금 명목으로 7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