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인 박은정 전 부장검사의 남편 이종근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때 ‘가상화폐 대책 태스크포스’ 실무 총괄을 맡고서도 검사장 퇴직 후 2조8000억원대 코인 사기 관련 사건을 수임했다는 내용의 본지 보도가 나오자 “2조원대 코인 사기 사건을 변호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종근 변호사, 박은정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 부부./법률사무소 계단·뉴스1

이 변호사는 지난 29일 박은정 후보의 페이스북에 ‘이종근 변호사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렸다. 그는 “2조원대 코인 사기 사건을 변호한 사실이 없음에도 허위 사실을 적시하는 등 일부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즉시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 변호사가 브이글로벌 사건 구조를 알면서도 핵심을 교묘히 피해나가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사실상 같은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브이글로벌 코인 사기’ 사건은 브이글로벌이 발행한 코인 ‘브이캐시’에 투자하면 300% 수익을 보장하겠다면서 투자자 5만여 명에게 2조8000억원을 가로챘다는 내용이 본류이다. 브이글로벌 회사 대표 이모씨는 지난 2021년 7월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1차 사건)된 뒤, 작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5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3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건과 관련해 이종근 변호사가 변호하고 있는 사람은 브이글로벌 관계사 대표인 곽모씨다. 이미 ‘1차 사건’에서 형 확정을 받은 브이글로벌 경영진과는 별도로, 곽씨는 2023년 7월 횡령·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2차 사건)됐다. 곽씨 혐의는 명품수입 업체를 가장한 ‘돈세탁’ 회사인 A사를 차릴 때 유통업자로서 브이글로벌 범죄 수익에서 63억여원을 빼돌렸다는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곽씨가 빼돌리는 데 관여했다는 63억여원은 브이글로벌 대표 이씨가 사기 등의 범행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 중 일부라는 것이다. 곽씨는 1심 재판을 받던 도중 이 변호사의 변호를 받고 작년 12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브이글로벌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은 지난해 7월 곽씨를 구속 기소할 당시 낸 보도자료에서 “약 2조원에 이르는 가상자산 투자 빙자 사기 업체인 ‘브이글로벌’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관계사인 ‘A사’의 자금 약 63억원을 허위 물품 거래를 통해 빼돌리는 데 관여한 조직폭력배 출신 곽씨를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했다. 검찰이 공식적으로 A사를 ‘약 2조원에 이르는 가상자산 투자 빙자 사기 업체인 브이글로벌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관계사’라고 밝힌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곽씨의 범행이 브이글로벌 대표 이씨의 범행과 맞닿아 있는데도, 이 변호사는 2조원대 코인 사기 사건과는 관련 없다는 식의 입장문을 내면서 본질을 호도했다”며 “곽씨가 빼돌렸다는 63억여원은 브이글로벌이 피해자들로부터 가로 챈 사기 금액 중 일부”라고 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변호사가 논란이 되는 현 상황에서 일단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수임한 사건 규모를 축소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변호사가 변호하는 곽씨 사건은 2조원대 브이글로벌 사기 사건에서 시작된 것이 맞는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모든 사건을 사임하기로 했다”며 “이유불문하고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피해자는 “이 변호사가 처음으로 자신의 사건 수임과 관련해 사과하면서도 법적 조치를 예고했는데,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본지가 이날 수차례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입장문이 나온 뒤에도 사건 변호에 대한 질의를 하기 위해 연락했으나 전화 연결을 무시하고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