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아파트 재건축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1억원이 넘는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기소된 현대건설과 임직원들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현대건설 협력사들과 소속 직원 90여명에게도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현경훈 판사는 23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대건설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협력업체 3곳에는 각각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조합원 홍보‧관리 업무를 맡은 수주 업체 대표 박모씨는 동종 범죄를 저지른 전력을 고려해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관계자들에게는 징역형 집행유예 혹은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날 법정에 90명 넘는 피고인이 출석하면서 대다수가 피고인석이 아닌 방청석에 앉았다. 재판부가 출석을 일일이 확인하고 판결을 선고하는 데 30여분이 걸렸다.
현대건설은 2017년 9월 반포1단지(1,2,4주구)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조합 관계자에게 청탁 명목으로 1억3800여만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2021년 초 기소됐다. 당시 재건축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현대건설은 GS건설과 2파전을 벌이고 있었다. 약 2300명의 조합원들을 상대로 더 많은 표를 얻어야 사업권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재건축 사업권 확보를 맡은 현대건설 부장과 팀장, 과장 등은 협력 업체 소속 홍보 요원들을 동원해 조합원 성향을 분석하고 금품을 공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보요원들은 재건축 조합원들을 찾아 “현대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해 달라”며 현금과 명품 백, 김치냉장고 등을 건넸다고 한다. 결국 현대건설은 2017년 9월 반포1단지 조합원 총회에서 1295표(59%)를 득표해 886표(40%)를 얻은 GS건설을 제치고 건설업자로 낙찰됐다.
재판부는 “재건축 사업은 다수의 이해관계인들이 참여하는 공공적 성격이 있다”면서 “재건축 사업에서 건설사가 금품·향응 등을 제공하며 홍보할 경우 조합원 간 갈등이 야기되고 시장 질서가 흐트러져 사회적으로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건축 사업에 시공사가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시공자 선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건설업자의 비리를 엄하게 처벌할 사회적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벌금형 등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이 사건 범행으로 시공자 선정 관련 입찰 공정성이 형해화 되거나, 조합원들의 결정권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