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2018년 1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조정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 소송을 담당하는 재판부 교체 여부 등을 두고 서로 “‘재판부 쇼핑’을 한다”며 공방을 벌였다. 법원은 이 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재판부를 교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고법은 11일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소송 사건의 재판부를 재배당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재판의 진행 경과 및 심리 정도,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 배당에 관한 예규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8호의 규정 취지 등을 종합했을 때 재배당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재판부 교체 문제는 최 회장 측이 지난 9일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2명을 자신의 대리인단에 포함하면서 불거졌다. 재판부 소속 판사의 조카가 김앤장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해충돌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노 관장 변호인단은 10일 입장문을 통해 “최 회장 측이 변론 기일을 이틀 앞두고 재판부와 인척 관계에 있는 변호사가 근무하는 김앤장을 선임해 재판부 재배당을 꾀하고 있다”며 “1000명이 넘는 변호사를 보유한 김앤장을 동원해 재벌의 금권을 앞세운 농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앤장이 선임되더라도 재배당 없이 신속한 재판의 진행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노 관장 측 입장문이 나온 지 1시간여 만에 이를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재판부 쇼핑은 노 관장 측이 한 행동”이라며 “노 관장 측은 처음 항소심에서 서울고법 가사3-1부에 사건이 배당되자, 재판장의 매제가 대표 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재판부 변경을 꾀했고, 의도대로 현재의 가사2부로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 관장 측 주장은 자신들의 과거 행적에 기반한 적반하장격 주장에 불과하다”며 “사법부 차원에서의 엄중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거친 언사를 주고받은 가운데, 법원은 이날로 예정됐던 변론 기일을 미루고 검토한 결과 재판부를 재배당하지 않기로 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8호는 “법관의 3‧4촌 친족이 법무법인 등에 변호사로 근무하는 경우, 법관은 원칙적으로 해당 법무법인이 수임한 사건을 처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친족이 담당 변호사가 아니고 단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인 경우, 실질적인 사건 관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판 공정성 우려가 없으면 해당 법무법인 등이 수임한 사건을 처리할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잘못을 저지른 유책(有責) 배우자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온 재판부를 피하려다 실패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최 회장‧노 관장의 이혼 소송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가사2부는 작년 6월 유책 배우자가 이혼 상대방에게 2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위자료는 대체로 3000만원을 넘지 않는데, 그보다 훨씬 높게 책정한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상당한 기간 지속적으로 이뤄진 배우자의 고의적인 유책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전보(塡補)할 수 있는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