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철탑농성장에서 비정규직 최병승(오른쪽)씨와 천의봉씨 등 2명이 법원의 강제집행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기업이 부당 해고한 근로자를 복직시키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대기 발령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4일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현대차 하청업체 직원이었던 최병승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대기 발령 이후 결근 기간을 포함해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는 원심의 판결을 이 같은 취지로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대기 발령 이후에도 현대차의 임금 지급 의무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어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최씨는 현대차 하청업체의 직원으로 해고 후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철탑 농성’을 벌였던 인물이다. 최씨는 2002년 현대차 울산공장의 사내 하청업체인 예성기업에 입사해 정규직화 투쟁을 하다 2005년 2월 현대차로부터 출입증을 회수당하고 사업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됐다. 최씨는 2011년 12월 “현대차의 해고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2005년 이후 지급하지 않은 임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 재판과 별도로 최씨는 2010년 대법원에서 정규직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 판결에 따라 현대차는 2013년 최씨를 정규직으로 발령하는 인사를 냈다. 현대차는 이때 복직하는 최씨에게 대기 발령 조치를 내렸는데, 최씨는 회사의 입사 절차에 따르지 않고 원직 복직과 가산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결근했다. 이에 현대차는 2016년 최씨를 다시 해고했다.

1심 재판부는 2005년 최씨의 해고를 무효로 보면서도, 대기 발령 이후에 결근한 기간에 대한 임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반면 2심은 “현대차의 배치 대기 발령은 적법한 원직복직 의무의 이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최씨로서는 근로제공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며 결근 기간의 임금도 지급하라고 했다. 다만 1심과 달리 밀린 임금에 대한 가산금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현대차가 최씨에게 4억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현대차의 대기 발령 조치는 위법하지 않고, 이 기간 최씨가 결근한데 따른 임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배치 대기의 인사 발령은 최씨에게 합당한 보직을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로서 그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이로 인해 최씨가 받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이 있다거나 그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밀린 임금에 대한 가산금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최씨의 판결과 같은 취지에서 현대차 사내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오지환씨가 낸 부당 해고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확정했다. 현대차로부터 해고된 후 복직한 오씨는 자신에 대한 배치 대기 인사가 부당하다며 375일간 출근을 거부했다. 현대차가 2016년 무단결근을 사유로 해고하자 오씨는 소송을 냈는데,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패소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당 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킬 때 일시적인 대기 발령을 하는 경우 그 정당성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한 판결”이라며 “원직 복직에 해당하는 합당한 업무를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로서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에만 그 정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