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2020년 브라질 해역에서 침몰한 스텔라배너호 선장에게 사실상 처벌을 면제받을 수 있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 판결은 법에 규정된 선고유예 기준에 어긋나 무효화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징역 1년 6개월 형에 대해 선고유예를 내렸지만, 선고유예는 징역 1년 이하인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이종광 판사는 지난 8일 업무상 과실 선박 파괴 혐의로 기소된 스텔라배너호 선장 심모(52)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하지만 검찰은 “현행법상 1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할 때만 선고유예가 가능한데 법원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항소했다.

선고유예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으면 형을 선고하지 않는 제도다. 2년간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처벌을 면제받을 수 있다. 다만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형에 해당할 경우에만 선고유예를 할 수 있다.

심씨는 지난 2020년 2월 브라질 폰타 다 마네이라 항구에서 철광석 29만4860t을 싣고 중국 칭다오로 향하던 중 계획된 항로를 벗어나 운항하다가 사고를 냈다. 한국인 12명과 필리핀인 9명이 타고 있던 선박은 침수돼 폐선됐고, 선원들은 모두 다른 배로 옮겨 구조됐다. 사고 직후 선박 회사는 사고가 난 곳이 항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기름 유출로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자침(自沈)시켰다.

재판부는 “경제적인 이유로 회사가 선박을 자침시켰고, 회사도 징계를 내리지 않았으며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며 “21세기 최대 조선국인 대한민국에서 선박 ‘파괴’ 개념에 대한 정의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씨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 판결은 선고유예 기준에 어긋나면서 사실상 무효화됐다. 검찰과 심씨가 모두 항소하면서 2심에서 다시 유무죄를 다투게 됐다.

이번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오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