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등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과거 소유했던 국보 ‘인왕제색도’를 둘러싼 소유권 소송이 1심에서 각하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김상우)는 7일 서예가 손재형의 장손 손모씨가 이재용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인왕제색도 소유권 확인 소송에서 각하(却下)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본안 판단 없이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선고 이유를 따로 밝히진 않았다.
이 사건은 작년 2월 손씨가 조부(祖父) 손재형이 소유하고 있던 인왕제색도가 1970년대 삼성가에 부당하게 넘어갔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손씨는 1972년 조부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인왕제색도를 이건희 회장의 부친인 이병철 삼성 회장에게 맡기고 돈을 빌렸다고 말했다.
이때 받은 인왕제색도 보관증을 집에 뒀지만, 1975년 조부가 병으로 쓰러지면서 숙부 2명이 삼성에 보관증을 넘기거나 파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손씨의 주장이다. 손씨는 “인왕제색도 소유권이 삼성 쪽에 넘어간 시점은 1972년부터 국보로 지정된 1984년 사이로 판단된다”며 “숙부들과 삼성 사이에 담합으로 의심되는 부당한 거래가 있었다”고 말했다. 손씨는 작년 4월 이재용 회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삼성 측은 손씨의 주장이 근거 없다는 입장이다. 이건희 회장의 아내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저희 부부가 최초로 산 미술품은 서예가 손재형씨가 수집한 작품들인데 ‘인왕제색도’ 같은 명품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 등 유족들은 이건희 회장이 2020년 별세한 후 국보 ‘인왕제색도’를 포함해 미술품 총 2만3000여 점을 국가에 기증했다. 인왕제색도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