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사실상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처리 절차에 대해 26일 “국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문제없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이날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6명이 ‘국회의원으로서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노란봉투법 관련 권한쟁의 심판 청구 사건에서 이 같은 취지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9명의 헌법재판관 전원은 “(민주당의) 본회의 부의 요구 행위에는 위법이 없고,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올해 5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하면서 논란이 됐다. 원칙적으로 법률 개정안은 관련 상임위를 거쳐 법사위에 회부되고, 법사위 논의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하게 된다. 노란봉투법은 작년 12월 법사위에 회부된 이후 세 달 넘게 법사위에 계류됐다. 논의가 길어지자 민주당은 ‘법사위가 이유 없이 회부된 법률안을 60일 이내에 심사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 위원장이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국회법 86조를 근거로 직회부 요구안을 환노위에서 사실상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하며 불참했다. 당시 직회부를 주도한 국회 환노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전해철 의원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노란봉투법을 ‘이유 없이’ 미룬 것이 아닌데도, 민주당이 본회의 부의를 강행해 표결권 등을 위법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유관 기관의 의견을 듣고, 질의와 답변 절차에 관해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심사가 불가피하게 지연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남석 헌재 소장과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헌법재판관은 다수 의견을 통해 “국회가 법에 따라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결정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회 이외의 기관이 그 판단에 개입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민주당의) 본회의 부의 요구는 국회법의 절차를 준수해 이뤄졌고, 본회의 내 표결 절차를 통해 정당성이 인정됐다”고 밝혔다.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기각 결정을 내리며 법사위가 노란봉투법 심사를 ‘이유 없이’ 지연시켜 국회법이 정한 60일 기간을 넘겼다고 지적했다. 4인의 재판관은 “(개정안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등은 이미 의견을 환노위에 전달했고, 이 내용이 보고서에 반영돼 있었다”면서 “60일을 초과해 관련 부처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노란봉투법은 노조 파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개정안은 ‘쟁의행위 등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어려워지고 노조에 과도한 면책권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다음 달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