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민노총 정권퇴진 집회가 열렸다. 집회 소음과 교통 정체로 퇴근길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2023.7.7. / 고운호 기자

경찰이 교통체증 등 시민 불편을 우려해 집회를 금지한 경우에도 법원이 허가한 비율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이 시민의 생활권보다 집회 참가자들의 권리 보장에 치우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실이 대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올해 8월까지 경찰이 집회 금지를 통고한 데 대해 주최측이 법원에 ‘집회를 열게 해 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한 170건 중 법원이 전부인용한 사건이 31건, 일부인용한 사건이 64건으로 허용 비율이 55.9%(170건중 9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의 경우 26건 중 23건으로 무려 88.5%가 인용됐다. 2018년은 3건중 1건(33.3%), 2019년은 7건중 1건(28.6%) 2020년은 21건중 4건(19.0%)로 떨어졌다가 21년 49건 중 30건(61.2%), 22년 36건 중 20건(55.6%) 등으로 다시 높아졌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르면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등으로 공공질서를 위협할 것이 명백한 시위(5조 1항 2호)는 금지된다. 또한 경찰은 국회의사당이나 법원 인근 집회(11조)나 교통소통을 위해 필요한 경우(12조) 등에 집회를 제한 또는 금지할 수 있다.

그런데 경찰의 금지통고 사유를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과거에는 ‘공공질서 위협’을 이유로 금지했다면 최근에는 ‘교통소통’ 을 이유로 금지한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의 경우 전체 금지통고 4380건 중 ‘공공질서위협’이 4052건(92.5%)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그런데 2022년은 전체 728건 중 공공질서 위협이 426(58.5%)건인 반면 교통소통이 171건(23.4%)으로 늘어났다. 올해 1월~8월까지는 전체 377건 중 공공질서 위협은 12건(3.1%)에 불과했고 교통소통이 144건(38.1%)이었음. 최근 노조 등의 도심집회가 교통을 마비시키는 경향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최근 ‘퇴근길 집회’를 잇따라 허용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7월 4일과 7일, 11일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인도와 2개 차로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하자 경찰이 ‘퇴근 시간에 서울 도심권에 심각한 교통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며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집회 금지통고를 했다. 민노총이 금지통고에 반발해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월 4일 퇴근길 집회를 허용했다.

경찰이 서울행정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2심 서울고등법원도 “집회가 평일 퇴근시간대에 이뤄진다고 해도 막대한 교통장애를 초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항고를 기각했다. 법원이 올해 1월~8월 경찰의 금지통고에 대해 집행정지를 받아 준 비율은 전체 28건 중 15건으로 53.6%다.

대통령실은 지난 7월 출·퇴근시간 도로 점거나 확성기로 인한 소음을 막기 위해 법령을 개정하고 후속 조치를 마련할 것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6월에 진행한 ‘국민참여토론’결과 총 투표수 18만 2704표 중 12만 9416표(71%)가 과도한 집회·시위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며 제재 강화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장동혁 의원은 “정부에서 검토중인 ‘출퇴근시간 도심집회 제한’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집회·시위의 권리만큼 시민들의 기본권도 침해되지 않도록 법원의 합리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