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피의자로 지난 9일 수원지검에 출석해 8시간 조사를 받고 나갔다. 검찰은 “이 대표가 조사 내내 구체적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로 갈음하거나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며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았고 추가 출석을 하겠다면서도 날짜도 정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시점을 늦추는 전술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피의자로 지난 9일 수원지검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시간 동안 조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는 지난 9일 오전 10시 20분쯤 수원지검에 출석했다. 앞서 그는 지난 1월부터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대장동과 위례신도시 특혜 비리 사건, 백현동 아파트 특혜 비리 사건 등으로 네 차례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고, 이번에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다섯 번째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날 이 대표는 검찰에 A4 용지 8장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한 뒤 검사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고 ‘진술서로 갈음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진술서에는 “쌍방울 관계자에게 직간접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도 없을 뿐 아니라, 북측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금품이나 이익을 제공하도록 지시, 권유, 부탁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검찰은 북한 측과 접촉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방북, 대북 지원 관련 경기도 공문 등을 이 대표에게 증거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이 대표가 전자 결재한 문서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의 자의적인 결정” “이 전 부지사가 그런 일 하고 다니는 것을 알았다면 해임했을 것” 등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또 이 대표의 변호인도 “이 대표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자신이 상대할 사람이 아니었다고 검찰에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날 조사는 이 대표가 단식에 따른 건강상 이유를 들어 중단을 요청해 오후 6시 40분쯤 끝났다. 이 대표는 오후 7시부터 조서를 검토하기 시작했는데 2시간 30분 정도가 지난 뒤 “진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서명·날인을 할 수 없다”며 조사실을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가 서명·날인을 하지 않으면 조서에 법적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대표가)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고 억지를 부리고,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됐는지는 대답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이 대표는 조사 중단을 요청하면서 “오는 12일 다시 나오겠다”고 해놓고, 조서 서명·날인을 거부하고 나갈 때는 “다음 출석 일정을 다시 조율하자”고 했다고 한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검찰이 추가 조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구속영장 청구를 지연시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단식해서 2주 정도 지나면 고비가 온다”면서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부터 단식 중인데 오는 13일 전후로 병원에 입원하겠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입원한 야당 대표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