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작년 12월부터 건설 현장에서 노조가 폭력을 휘두르거나 금품을 뜯어내는 ‘건폭(建暴)’ 사범을 집중 단속해 최근까지 145명을 구속 기소했는데, 이 가운데 1심 재판을 마친 19명이 모두 유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3일 전해졌다. 노동계와 야권 등이 “노동 탄압” “건폭 몰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법원이 “건폭은 심각한 범죄”라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는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작년 12월부터 정부가 건폭을 집중 단속하면서 지난 6월까지 1484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에게는 공동 공갈, 공동 강요, 특수 강요 미수, 업무방해 등 혐의가 적용됐다.

그동안 검찰은 송치된 건폭 사범 중에 145명을 구속 기소했고 지난 3월부터 이들에 대한 1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까지 19명이 1심 판결을 받았는데 모두 유죄였다. 이 가운데 12명은 징역 1년~2년 6개월 실형을 받았고 나머지 7명은 집행유예를 받았다. 유죄율 100%, 실형률 63%가 나온 것이다.

건폭 집중 단속에 따른 첫 유죄판결은 지난 3월 21일 청주지법 충주지원에서 내려졌다. 한노총 한국연합건설노조 간부 A씨는 작년 12월 13일 충주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노조원 고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하는 과정에 다른 작업자에게 작업 중단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길이 19㎝의 접이식 칼을 들이대며 “(당신의) 사돈의 팔촌까지 가족들을 다 알고 있는데, 다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건설 현장에서 노조의 이익을 관철하려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한 행위에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A씨는 “형량이 과하다”며 항소했지만 기각당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이후 건폭에 대한 1심 유죄판결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창원지법은 지난 5월 전국연합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본부 지부장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는 2022년 1~9월 부산·경남 공사 현장을 찾아 조합원 채용 등을 요구한 뒤 거절당하면 집회를 열거나 안전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식으로 공사 업체 6곳을 압박해 24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도 2020~2022년 건설 업체 4곳에 노조원 321명을 채용하도록 압박하고 전임비 등 명목으로 8290만원을 받아낸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민노총 건설노조 간부 C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었고 일부는 명백히 위법하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도 건폭 사범 13명에 대한 1심 판결이 선고됐다. 9명은 징역형을, 4명은 집행유예를 각각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달 7일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 지회 간부 2명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 6월~2022년 11월 포항 공사 현장 2곳에서 자신들의 노조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집회를 개최하고 공사를 방해하겠다고 협박해 장비 사용료 명목으로 4억6449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장비 사용을 거부한 공사 현장 앞에선 6차례 차량 진입을 막고 현장 담당자 교체도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19일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2022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군산·익산 건설 업체 7곳에서 기부금 등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공사를 방해할 것처럼 협박해 30차례에 걸쳐 7267만원을 빼앗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한국건설노조 전북지부장과 조직국장에게 각각 징역 1년 4개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앞서 인천, 부산, 울산, 전주 등에서도 각 법원이 건폭 행위에 가담한 노조원들에게 최고 징역 2년 6개월 실형 등을 선고했다. 한 법조인은 “건설 현장에 만연한 건폭 행위에 대해 법원이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작년 12월 전세 사기, 마약에 이어 건설 현장 불법행위 단속을 ‘국민 체감 3호 약속’으로 선언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올해 6월까지 200일간 특별 단속을 벌여 불법행위 가담 노조원 총 148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금품 갈취 979명(66%), 노조원 채용 및 장비 사용 강요 206명(13.9%), 업무방해 199명(13.4%) 등이 적발됐다. 경찰은 특별 단속 기간을 50일 연장해 오는 14일까지 건설 현장 불법행위를 추가 수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