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김용, (오)유동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씨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재판에서 ‘2021년 5월 3일’ 김씨의 알리바이가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검찰은 그날 김씨가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씨의 사무실에서 현금 1억원을 유씨에게 받았다고 지목했다. 반면 김씨는 증인을 내세워 그날 자신은 다른 곳에 있었고 유씨 사무실에 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검찰은 증인이 주장한 김씨의 알리바이를 깨뜨릴 수 있는 자료를 최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김현국

당초 김용씨의 증인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을 지낸 이모씨다. 이씨는 지난 5월 김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2021년 5월 3일 오후 3시~4시 50분 수원컨벤션센터에 있는 제 집무실에서 김씨 등을 만나 업무 협의를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씨는 당시 김씨와 약속 일정이 기재된 자신의 옛 휴대전화 달력 화면을 찍은 사진도 재판부에 냈다.

이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려고 재판부가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했지만 검찰은 휴대전화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씨는 “갑자기 휴대전화가 사라졌다”고 했다고 한다. 현재 검찰은 이씨를 위증 혐의로 수사 중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검찰은 “2021년 5월 3일 오후 3시~4시 50분 김용씨는 수원컨벤션센터가 아닌 다른 장소에 있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낸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김씨의 USB(이동식 저장 장치)가 제시됐다고 한다. USB는 검찰이 김씨에게서 압수한 것인데 여기에 2021년 5월 3일 오후 김씨가 성남 분당에 있는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코리아경기도 주식회사’에 있었다는 단서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씨의 USB에서 ‘텔레그램 데스크톱’이라는 폴더를 발견했다고 한다. 김씨가 당시 상임이사로 근무하던 코리아경기도 내 자신의 사무실에 설치된 PC에서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열어 파일을 다운로드받은 뒤 이 폴더에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 재판에서 김씨도 코리아경기도 PC에서 텔레그램에 접속해 받은 파일을 이 폴더에 담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한 법조인은 “텔레그램은 보안을 위해 사용하는 메신저인데 김씨가 자신의 텔레그램을 다른 사람에게 열어보게 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USB에는 김씨가 2021년 5월 3일 오전 10시 3분, 10시 42분, 10시 55분, 11시 23분과 오후 1시 47분, 4시 2분, 4분 13분에 각각 다운로드받은 파일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씨가 그날 오후 수원컨벤션센터가 아닌 코리아경기도에 머물렀다는 증거”라고 재판부에 설명했다고 한다.

또 검찰은 그날 김용씨 차량의 코리아경기도 입·출차 내역도 재판부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차량은 2021년 5월 3일 오전 9시 24분 코리아경기도 주차장에 들어온 뒤, 오전 11시 36분에 나갔다고 한다. 이어 오전 11시 42분~오후 1시 28분 음식점 등이 있는 인근 상가에 주차했다가, 오후 1시 36분 코리아경기도 주차장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김씨 차량이 코리아경기도에서 마지막으로 나간 시각은 오후 4시 58분으로 기록됐다고 한다. 그날 오후 김씨 차량이 수원컨벤션센터에 들어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용씨가 그날 코리아경기도에서 차를 타고 나와 10분 거리인 유동규씨의 분당 사무실에서 오후 6시 무렵 유씨를 만나 1억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같은 날 유씨도 집에서 차를 타고 나와 오후 2시 29분 용인 서수지 톨게이트를 통과했고 오후 4시 31~33분 사무실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유씨는 오후 7시 35분 서수지 톨게이트를 이용해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성남도개공 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도 “당시 김씨가 유씨 사무실에 다녀가는 것을 봤다”고 법정 증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