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임옥상이 지난 2017년 8월 22일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바람 일다' 기자간담회에서 '가면무도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중미술 화가 임옥상(73)씨가 10년 전 벌어진 성추행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을 구형받았다. 임씨는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6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임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하고 변론을 종결했다. 이날은 첫 번째 재판이었지만 임씨가 혐의를 인정하고 다투지 않으면서 바로 종결됐다.

임씨는 2013년 8월 자신이 운영하는 미술연구소 직원인 피해자 A씨를 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다. 강제추행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 임씨 사건은 발생일로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아 처벌이 가능했다. 오래전 사건이지만 검찰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임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명령과 신상정보 공개 고지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임씨의 범행 경위와 내용, 추행 정도가 가볍지 않아 죄질이 불량하다”며 “피해자가 범행 이후 현재까지도 피해를 호소하며 임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구입 의사를 타진해서 청와대가 2017년 11월 본관에 설치했던 민중미술가 임옥상 작가의 그림 ‘광장에, 서’. 작년 말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을 캔버스 78개에 나눠 그린 것으로, 작품 속에 ‘이게 나라냐’ ‘탄핵’ 등의 플래카드가 보인다./조선일보DB

임씨는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과 증거를 모두 인정했다. 임씨 변호인은 “임씨가 10년 전 사건 당시 사과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고소) 이후 사과가 충분치 못했다는 것을 알게 돼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합의하려 노력했는데 아직 안 됐다”고 말했다. 임씨는 최후 진술에서 “10년 전 순간의 충동과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자에게 피해를 줬다.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사과를 드린다”며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법정에서 “후배 미술인을 양성하고 보호해야 할 민중미술계 원로작가인 임씨가 추행 행위로 피해자에게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안겼다”며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했다.

한편 임씨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재판을 비공개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씨 변호인은 “임씨가 (대중에) 알려져 있는 사람인데, 판결이 나기 전에 기사가 나는 것을 막고자 한다”며 “피해자의 인적 사항 등도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개 재판이 원칙”이라며 변론을 공개했다.

임씨는 재판을 마친 후 변호인을 통해 재차 혐의를 인정하며 사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씨 변호인은 “임 작가는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자에게 큰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해 당시에도 사과했고, 현재도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혐의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반성의 뜻을 밝혔으니 깊이 참작해 달라”고 말했다.

1970~80년대 민중 운동에 참여했던 임씨는 18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그는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임씨가 그린 탄핵 집회 그림을 청와대 본관에 게시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7일 임씨에 대한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