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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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측이 지난 2일 재판에서 ‘아는 것을 입증하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방송에서 검찰 수사 중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 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하위 직원이라 몰랐고 도지사가 된 다음 알았다’는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에도 대장동 사업 핵심 실무자인 김문기씨로부터 여러 차례 사업 보고를 받았고, 김씨를 포함해 호주 출장도 다녀왔기 때문에 이 발언이 거짓이라는 겁니다.

이 대표 측은 이날 재판에서 “‘안다’와 ‘모른다’는 순전히 주관적인 내용으로 허위라고 입증하려면 피고인(이 대표)의 머릿속에 당시 안다는 인식이 있었다거나 알았다고 볼 만한 정황을 통해 증명해 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는 가장 가까운 게 5년 전으로, 이 무렵 인식이 제대로 형성됐고 (발언 시점인)2021년 12월까지 계속 존속됐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5년전은 2016년 1월 12일 이 대표가 성남시장실에서 김문기씨와 공사 직원이던 정민용 변호사 등으로부터 대장동·1공단 결합 도시개발 사업 현안 보고를 받았던 것을 말합니다. 검찰은 이때를 시작으로 이 대표가 김문기씨로부터 여러 차례 대장동 사업을 보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소사실의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이 대표가 김문기씨를 알았다는 사실을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는 이 대표측 주장은 원칙적으로 맞습니다. ‘김문기씨를 알았다’는 것은, 공직선거법위반(허위사실유포)의 고의(故意)에 해당합니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범죄의 주요 구성요건인 고의는 증거능력이 있는 적법한 증거에 의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사건처럼 특정인에 대한 인식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 피고인이 ‘몰랐다’고 하면 무죄를 선고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피고인이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범죄 자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범의와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증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확립된 판례입니다. 그에 따라 검찰은 김문기씨가 대장동 사건을 시장에게 여러 번 보고했고 2015년 호주 출장에도 동행했으며 김씨를 포함한 시장 일행이 공식 일정에서 빠져 골프와 낚시를 함께 한 사실을 증명하려 한 것입니다.

여기에 2021년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답변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김문기씨를 몰랐다’ 가 아니라 ‘시장시절에는 하위직이라 몰랐다. 도지사가 돼서 재판 받을 때 이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 대표는 2018년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방송 토론에서 친형 강제입원, 대장동 사업 등과 관련해 허위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이 재판을 대비하면서 당시 실무자로서 사실관계를 가장 많이 알고 있던 김문기씨와 통화해면서 그제서야 그의 존재를 인식하게 됐다는 것입니다.이처럼 시기를 나눈 발언 형식은 자칫 이재명 대표에게 더 불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 법조인은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이다’고 했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어디서 만났었다’고 했다면 처음에 몰랐다고 한 부분을 단순히 착각으로 볼 수 있지만 ‘시장 때는 몰랐고 도지사 때 알았다’고 하면 그 자체가 2021년 발언 당시 2015년 무렵 상황에 대한 자기의 인식 여부를 한 번 점검했다는 것이어서 착각으로 치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합니다. 검찰 또한 이 대표의 인식 여부에 대해 ‘시장 때 알았다’를 증명하면 되기 때문에 유죄 입증이 더 쉬울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검찰은 이 발언이 단순한 인식 여부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대장동 비리 의혹이라는 ‘행위’에 관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공직선거법 250조는 당선 목적으로 후보자나 가족에 대해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과 더불어 ‘행위’에 대해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대장동 비리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핵심 실무자였던 김문기씨가 사망했고,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의 윗선으로 지목됐었기 때문에 ‘김문기씨를 알았느냐’는 방송 진행자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은 특정인을 안다, 모른다는 ‘인식’에 관한 것이 아닌 대장동 비리 의혹이라는 ‘행위’에 관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머릿속의 생각을 증명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범죄의 핵심 구성요건인 만큼 엄격한 절차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형사재판 상당수는 보이지 않는 ‘생각’ 대신 보이는 ‘간접 사실’ ‘정황’을 종합해 이뤄집니다. 이 대표의 의원직 뿐 아니라 434억원의 선거비용까지 걸린 이 재판에서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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