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의 피의자로 수사받고 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검찰이 출석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7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지만 “조사 계획이 없다”는 검찰 거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송 전 대표의 일방적인 ‘셀프 출두’는 이번이 두 번째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9시 23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송 전 대표는 검찰청 안으로 들어갔다가 출입증 교부를 거부 당하자 2분 만에 청사 밖으로 나왔다. 송 전 대표는 준비해온 입장문을 꺼내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지지자들은 “송영길 파이팅” “깡패 검찰 물러가라” 등을 연호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검찰은 이정근씨(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알선수재 사건 수사를 통해 얻은 녹음파일을 불법적으로 추출해 언론과 야합해 난리를 피워서 파리에서 강의하고 있는 저를 억지로 귀국시켰다”며 “그런데 자진 귀국한 저를 출국금지까지 시키면서 한 달 반이 넘도록 지금까지 소환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 요청이 없었는데도 지난 4월 프랑스 파리에서 자진 귀국했다.

이어 “‘이정근 녹취록’을 가지고 민주당 전체를 벌집 쑤셔놓은 듯 요란하게 수사를 하고 국회의원 2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이 김건희 여사는 소환은커녕 질문도 못하고 있다”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수사를 사실상 중단하고 모두 소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올인하고 있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주위 사람 괴롭히지 말고 송영길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면서도 “저 송영길은 24년의 정치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부동산 투기는커녕 부동산을 소유해본 적이 없다. 지금도 전세보증금 2억4000만원, 24평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또 “요즘 검찰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 지지도가 떨어질 때마다 언론에 야당 전현직 대표와 의원들의 피의사실을 흘리고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 등 정치쇼를 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하의 검찰은 노골적으로 야당만 공격하는 고려말 무신정권의 머슴, 노비, 사병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정에서, 거리에서 유튜브에서, 방송에서, 인터넷 공간에서 싸우겠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하에 정치기획 수사, 조작 수사로 피해를 본 모든 국민과 연대해 투쟁하겠다”며 “국민과 함께 무너진 국가 주권과 자존심, 서민경제, 민주주의와 헌법 질서 수호를 위해 온몸을 다해 투쟁하겠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검찰은 돈 봉투 사건에 대해 “정당 내 선거 과정에서 금품 살포 행위는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선거에서 투표자의 의사를 왜곡한 것”이라며 “선거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고 나아가 우리 헌법 질서의 근간인 민주주의의 존립 기반을 파괴하는 중대 범죄 행위”라고 평가한 바 있다.

송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중앙지검 동문 출입구로 이동해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그는 ‘공정과 상식을 잃은 검찰’ ‘주가조작 녹취록 김건희도 소환조사하라’ ‘무고한 사람들 그만 괴롭히고 검찰은 송영길을 소환하십시오’ 등이 적힌 알림판을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 뒤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 검찰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송 전 대표는 지난 6일 변호인을 통해 “7일 오전 9시 30분 중앙지검에 자진 출두해 면담을 시도하겠다”며 “만일 (검찰 면담이) 불발되면 즉석에서 기자회견 및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일정을 협의한 것이 전혀 없고 조사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2일에도 일방적으로 검찰에 출두했다가 기자회견만 하고 돌아간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에 더해 1인 시위까지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송 전 대표는 ‘1차 셀프 검찰 출두’ 당시 검찰 조사가 불발되자 청사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리 준비해온 입장문을 읽었다. 당시 송 전 대표는 “주변 사람 대신 저를 구속시켜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자신이 돈 봉투 살포에 개입돼 있다는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달 2일에도 “(송 전 대표가) 나오더라도 조사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이 의원, 강래구(구속 기소)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이정근(구속 수감)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민주당 현역 의원 등에게 돈 봉투 총 9400만원을 살포했고 이 과정에서 송 전 대표가 관여했다는 혐의를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