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노조가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과 쟁점이 같은 손해배상 소송 사건이 작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어간 사실이 5일 뒤늦게 알려졌다. 전원합의체 회부는 소부(小部) 대법관들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판례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다.

해당 사건은 현대자동차가 불법 파업을 한 비정규직 근로자 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다. 이와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이 ‘노랑봉투법’과 마찬가지로 불법 파업 피해에 대한 기업의 손배소 를 어렵게 만드는 판례를 내놓을 가능성이 법조계에서 제기된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김명수 대법원장 퇴임(9월)을 앞두고 결론을 내리려 하는 기류”라고 전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으로 구성되는 전원합의체(약칭 ‘전합’)는 현재 진보 성향 대법관이 다수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기업의 ‘불법 파업 피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근로자별 가담 정도에 따라 개인별로 배상금을 정해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근로자 개인별 책임분을 일일이 산정한 뒤 소송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고 한다. 그동안 기업은 총손해액을 산정하고 파업 근로자 전체나 노조를 상대로 청구해 왔다. 산업계가 “기업의 입증 책임 부담이 급격히 올라가 소송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고,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주게 된다”며 반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픽=양진경

대법원 전합이 심리 중인 ‘현대자동차 사건’의 쟁점도 같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7월 울산 공장 생산 라인 일부를 63분간 불법 점거한 비정규직 근로자 5명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4500만원을 청구했다. 1심에서는 “증거 부족”으로 근로자가 승소했다. 그러나 2심은 “피고들은 현대차에 공동 불법행위를 했으며 현대차의 손해배상 청구는 권리 남용이 아니다”라며 현대차 손을 들어주고 손해배상액을 2300만원으로 정했다.

이 사건은 노정희 대법관을 주심으로 대법관 4명이 심리하는 소부(小部)에 배당됐다가 작년 11월 전합으로 넘어갔다. 대법원은 ‘노조원 쟁의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 ‘노조원 손해배상 책임의 개별화가 가능한지’를 놓고 심리 중이라고 한다.

대법원이 ‘노란봉투법’과 같은 취지의 판례를 내놓는다면 야당과 노조는 ‘노란봉투법’ 없이도 의도했던 결과를 얻게 될 전망이다. 한 법조인은 “대법원 판례는 하급심 판결에 적용되기 때문에 이번 경우 ‘입법’과 비슷한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야당이 본회의 처리를 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상황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오는 9월 김명수 대법원장 퇴임을 포함해 대법관이 줄줄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김 대법원장이 야당과 노조의 ‘대리인’ 역할을 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법 전합에 참여하는 대법관 12명 가운데 박정화·노정희·김선수·이흥구·오경미·민유숙 등 6명은 우리법연구회 또는 민변 출신 등으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가부(可否) 동수가 되면 김명수 대법원장이 최종 결론을 정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오는 7월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박정화(진보), 조재연(중도) 대법관의 후임이 누구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김 대법원장은 조만간 이들의 후임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할 예정이다. 한 법조인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을 앞두고 여러 가지 정치적 계산을 하는 것 같다”며 “대법원 전합이 법률 해석을 넘어 사실상 입법적 기능을 한다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