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음주 운전으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남성에게 검찰이 2일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 24부(재판장 최경서) 심리로 열린 A(40)씨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음주 교통사고 후 현장을 이탈해 적극적으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사건으로 위법성이 매우 중하고 피해자 측 과실도 없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이에 대해 사망 초등학생의 아버지는 재판에서 “회사 잘 다녀오시라고 했던 아이가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 있었고 저는 정신을 잃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아빠’ 하고 외치며 들어올 것 같아 아이의 유품을 어느 하나 치우지 못하고 있다”며 오열했다. 그는 이어 “가해자가 법정에서 뺑소니 혐의를 부인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저희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며 “배수로인 줄 알았다는 변명이 저희를 두 번 죽이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초등학생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배수로를 넘어간 것으로 알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24일 사고 현장에서 배수로의 높이를 확인하는 현장 검증을 진행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양형 기준을 높인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공개한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양형 기준에서 어린이가 사망하는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경우에는 최대 징역 23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A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제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아이가 다시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매일 생각한다”고 했다.

A씨는 작년 12월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한 초등학교 후문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면허취소 0.0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