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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뇌물 혐의로 기소된 그는 서울중앙지법 형사 23부에서 재판중입니다. 이 재판부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건도 다루고 있어 법조계에서는 김씨에 대한 보석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지난 26일에는 같은 법원 형사 1단독에서 대장동 개발수익 은닉 혐의로 재판받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재판부에서 정씨와 같은 방식의 보석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대장동 사건 관련자들이 줄줄이 풀려나거나 풀려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일각에서는 특혜 논란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고인으로서도 각종 조건이 달린 보석 대신 조건 없는 만기석방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정진상씨의 경우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장소에 출석하고 증거인멸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보석이 허가됐습니다. 보석보증금은 5000만원이고 이중 2000만원은 보험증권으로 납부할 수있도록 했습니다. 사건 관련자들과의 직접 연락은 물론 제3자를 통한 연락도 금지했습니다. 무엇보다 실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한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것도 보석 조건으로 달았습니다.
이처럼 보석에 ‘조건’을 다는 것은 법에 따른 조치입니다. 형사소송법 98조는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는 경우 증거인멸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보증금 납부, 주거제한, 연락금지 등의 조치 중 하나 이상의 조건을 ‘정하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법원의 재량이 아닌 의무입니다.
반면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나는 경우 조건을 달 수가 없습니다. 구속기간은 2개월이고 심급별로 2개월 단위로 두 번씩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1심의 구속기간은 공소제기일 기준 6개월입니다. 주거제한과 같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들은 법에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보석과 달리 구속기간 만료의 경우 조건을 달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좀 더 수감돼 있다가 아무 제한없이 풀려나느냐, 아니면 일찍 보석으로 나오는 대신 이런저런 조건을 감수하느냐의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구속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보석을 포기하고 차라리 만기가 돼 풀려나는 쪽을 택하기도 합니다. 한 유명인사의 경우에도 만기가 3주 남은 시점에서 재판부가 주거제한 및 연락금지 등의 조건을 붙여 보석을 하려 하자 보석 포기를 심각하게 고민했었다고 합니다. 정진상씨의 경우 보석 시점 기준 만기가 한 달 반 가량 남았기 때문에 보석조건을 감수하고 풀려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석을 해 줄지 말지에 대한 재판부의 고민 또한 ‘조건’ 부착여부와 관련돼 있습니다. 아무 조건없이 내보냈을 경우 자칫 김만배씨 같은 ‘자해’ 사건이 또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난 김씨는 작년 12월 고속도로에서 흉기로 자해 시도를 했고, 상당 기간 병원에 입원해 있기도 했습니다. 정진상씨 재판부도 보석 심문과정에서 “김만배씨의 경우 조건없이 석방해 자해 시도가 있어서 (정진상씨 사건에서도) 우려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김만배씨의 경우 지난 2월 18일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다시 구속됐습니다. 이 때문에 구속기간(6개월)은 현재 기준으로 정진상씨 등에 비해 상당히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자해’ 당사자이기도 한 김만배씨의 담당 재판부가 그를 풀어줄지, 언제 어떤 조건을 달아 풀어줄지를 두고 또한번 재판부와 김씨 측의 ‘보석 셈법’이 복잡하게 작동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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