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대책으로 내놓은 ‘경매 절차 일시 중지’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채권자가 자발적으로 경매를 미뤄 달라고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법원이 직권으로 경매를 멈춰 달라고 요구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전세 사기 피해자 세 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피해 대책 중 하나로 경매 일정 중지 방안을 보고받고 이를 재가했다.
그러나 진행중인 경매를 멈출수 있는 방법은 법이 정한 사유에 한정돼 있다. 경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임의경매(근저당권에 의한 경매)는 금융기관 등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채권자가 빚을 받기 위해 경매를 신청하면서 시작된다.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경매 절차를 정지할 수 있는 경우는 근저당권 등기가 말소된 등기부등본을 내거나, 근저당권을 말소하도록 명한 판결문을 내는 경우, 경매신청 채권자가 신청을 취하하는 경우, 변제를 미루도록 승락했다는 서류를 내는 경우 등이다.
한 법원 관계자는 “민사집행법이 정한 사유 외에 진행중인 경매를 법원이 직권으로 정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따로 정부에서 이와 관련한 협조 요청을 받은 것도 없다”고 했다.
현재 전세사기 피해 매물에 대해 진행중인 경매는 상당 부분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확보한 선순위 근저당권에 의한 것이다. 그에 따라 국토부도 경매를 신청한 금융기관에게 ‘일정기간 매각 기일을 연기해 달라’는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경매를 취하하거나 변제기일을 미뤄 주지 않으면 진행중인 경매절차 정지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