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경찰은 지난 23일 민노총 금속노조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회장 A(55)씨, 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장 B(53)씨의 사무실과 자택,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국은 작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을 주도·지원했던 두 사람을 경남 창원의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조직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간첩단 혐의를 받는 ‘자통’은 조직원들이 줄줄이 구속돼 있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 전경./연합뉴스

24일 본지 취재 결과, 국정원이 압수수색 당시 제시한 영장에는 대우조선해양과 관련된 자통 조직원들의 활동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통의 총책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황모씨는 지난 2019년 7월쯤 다른 조직원 성모씨에게 ‘A씨는 대우조선해양 노동사업에 집중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황씨와 성씨는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한 뒤 2016년쯤 자통을 결성해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혐의 등으로 지난 1일 구속됐다.

이후 A씨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관련 활동을 하며 ‘대우조선해양에서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는 내용 등을 성씨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특히 A씨는 작년 6~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옥포조선소 무단 점거 농성을 주도한 뒤, 파업 이후 손해배상 상황 등을 정리해 성씨에게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A·B씨가 경남 지역 진보 성향 노동조합의 조합원 규모와 그들 중 일부의 정치 성향을 파악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A·B씨가 작년 8~10월 작성한 ‘지역 보고’에는 ‘자통 관련 의식화·조직화 사업은 OO시민모임이 담당’ ‘핵심 활동가를 반드시 육성해야 조직지도체계를 갖출 수 있음’과 같은 조직화 계획 수립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방첩 당국은 A·B씨가 연락책인 성씨에게 보고한 자료 중 일부가 성씨를 통해 북한으로 넘어간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A씨가 자통 상부를 통해 북한 지령을 전달받고 대우조선해양 파업을 주도했는지를 집중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