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북 송금 혐의 등으로 수사받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지난 22일 검찰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2차 대질신문을 하면서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지. 왜 최악의 상황을 만들려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왼쪽)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가 계속해서 “모르는 내용”이라고 부인하자 김 전 회장이 수사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취지로 설득했다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에게 뇌물과 불법 정치 자금으로 3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작년 10월 구속기소됐다. 이후 지난달 17일 태국에서 압송된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이던 2019년 800만달러를 국외로 밀반출해 이 대표의 방북 경비, 경기도 대북 지원 사업비 명목으로 북한에 줬다’고 진술하면서, 수원지검은 두 사람을 상대로 그 부분을 수사 중이다. 김 전 대표는 이 전 부지사와 협의하에 대북 송금을 진행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차 대질 신문에서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이 전 부지사에게 제공했던 ‘3억2000만원’과 관련해 “현금도 아니고 법인카드 쓴 거 다 나오지 않았느냐. 중형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대북 불법 송금에 대해서도 검찰이 가진 증거가 많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지. 왜 최악의 상황을 만들려 하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5일 1차 대질 신문에서 이 전 부지사가 자신을 “회장님’으로 부르면서 계속 존댓말을 쓰자 “20년 가까이 형님·동생으로 지낸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면서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김 전 회장은 자신보다 다섯 살이 많은 이 전 부지사를 형님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당시 이 전 부지사와 함께 대북 접촉을 진행한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관련 혐의를 시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오는 26일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의 3차 대질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