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경남본부 압수수색 - 23일 경남 창원 성산구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앞에서 압수 수색을 나온 국정원과 경찰 관계자들을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국정원 등은 민노총 간부 2명이 간첩단 혐의를 받는 '자주통일 민중전위' 조직원이라고 보고 압수 수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작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장기 파업을 주도·지원했던 경남지역 민노총 간부 2명이 간첩단 혐의를 받는 경남 창원의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조직원으로 파악돼 방첩 당국이 수사 중인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해당 간부는 민노총 금속노조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회장 A(55)씨와 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장 B(53)씨라고 한다. 방첩 당국은 A씨를 ‘자통 경남남부지역 책임자’, B씨는 ‘자통 노동사업단장’이라고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A씨와 B씨가 또 다른 자통 조직원 성모(구속)씨를 통해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여러 차례 전달받은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회장인 A씨는 작년 6~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옥포조선소 무단 점거 농성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국정원과 경찰은 북한 지령과 대우조선해양 파업과의 연관성을 수사 중이며, 이날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A·B씨의 사무실, 차량, 주거지 등을 압수 수색했다.

또한 A씨는 대우조선해양 파업 준비와 현황, 파업 이후 손해배상 상황 등을 담은 자료를 자통 조직원 성씨에게 건넸는데 방첩 당국은 이 자료를 확보했다고 한다. 이 자료 가운데 노사 협상 진행 상황 등 일부가 성씨를 통해 북한에 ‘보고’된 정황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씨를 포함한 자통 조직원 4명은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한 뒤 2016년쯤 자통을 결성해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혐의 등으로 지난 1일 구속됐다. 당시 이들은 ‘민노총 침투’ 등의 지령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에 적발된 민노총 간부 A·B씨는 북한이 성씨에게 하달한 지령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첩 당국은 A씨와 B씨에게 국가보안법상 ‘편의 제공’ 혐의를 적용했다. 북한의 지령을 받고 그에 따라 활동하는 사람(자통 조직원 성모씨)에게 여러 방법으로 협력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A씨가 작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을 주도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A씨가 부회장을 맡은 민노총 금속노조 산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작년 6월 2일 임금 인상,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면서 그해 7월 22일까지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의 옥포조선소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을 51일간 무단 점거하는 농성을 벌였다. 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인 B씨도 대우조선해양 파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B씨는 과거 국보법 위반 혐의로 한 차례 수사받은 전력이 있다고 한다.

최근 수사에서 A씨는 ‘자통 경남남부지역 책임자’, B씨는 ‘자통 노동사업단장’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매출 손실(6468억원) 등 총 8165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방첩 당국은 자통 조직원이자 경남진보연합 정책위원장 출신의 성모씨가 A·B씨와 북한과의 매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공작원이 성씨에게 지령들을 하달하고 성씨는 이를 A·B씨에게 전달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해당 지령에는 노조의 ‘정치 투쟁’과 관련된 지침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북한이 성씨와 A·B씨 등 자통 조직원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성씨는 다른 조직원 3명과 함께 국정원·경찰 수사를 거쳐 지난 1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된 상태다. 성씨는 검찰 조사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정원과 경찰이 노조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노조원과 대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오전 8시 24분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 있는 민노총 경남지역본부 건물 2층의 금속노조 경남지부 사무실에 압수 수색 인력 100여 명이 도착하자 노조원들이 막아서면서 양측의 대치가 시작됐다.

오전 9시쯤 노조 측이 변호인 입회하에 압수 수색 영장을 확인한 뒤 압수 수색이 진행됐다고 한다. 영장에는 A씨와 B씨가 피의자로 적시돼 있었다고 한다. 현장에 있던 민노총 관계자는 “영장을 보면 방첩 당국에서 이들을 ‘자주통일 민중전위’ 핵심 관련자로 파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노총 경남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 탄압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며 “노동 탄압 선봉에 선 국정원을 해체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