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2020년 자신이 선호하는 판사가 대법관 후보에 포함될 수 있도록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을 통해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8일 현직 부장판사에게서 제기됐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대법관 후보 추천에 관여하지 않겠다면서 관련 규정까지 바꿨다. 하지만 대법원장 측근인 인사총괄심의관이 후보추천위원장에게 김 대법원장의 ‘의중’이 담긴 특정인을 거론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2020년 7월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 제청을 위한 후보추천위를 가동하고 있었다.
당시 거론된 인사는 이흥구 현 대법관이라고 한다. 부산고법 부장판사이던 이 대법관은 최종 후보 3명에 들어간 뒤 김 대법원장 제청으로 대법관에 임명됐다. 이 대법관은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을 가진 최초의 대법관으로 화제가 됐다.
송승용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게시판에 이런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송 부장판사는 2020년 7월 대법관 후보추천위원장과 만났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2018년 후보추천위원을 지낸 송 부장판사는 당시 후보추천위원이던 다른 현직 판사와 추천위원장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추천위원장이 “인사총괄심의관이 신문 칼럼을 뽑아 와서 피천거 후보 중 특정한 이모 후보에 대해서 ‘이분을 눈여겨보실 만합니다’라는 취지의 말을 하고 가더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그 칼럼에는 “김 대법원장이 사석에서 ‘내가 아는 판사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송 부장판사는 인사총괄심의관이 언급한 후보가 이흥구 현 대법관이라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과 이흥구 대법관은 모두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인사총괄심의관은 2020년 2월부터 지금까지 안희길 부장판사가 맡고 있다.
송 부장판사는 “인사총괄심의관의 행동에 대법원장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면 대법원장은 스스로 공언한 (대법관 후보) 제시권 폐지를 뒤집고 간접적이고 음성적이며 보다 교묘한 방식으로 제시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대법원장의 부당한 (후보) 제시권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법관 제청권을 무분별하게 남용한 것”이라고 했다.
송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을 향해 “인사총괄심의관의 행위가 개인적 일탈에 불과하다면 즉시 징계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촉구한다”면서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총괄심의관의 일탈에 대해 대법원장은 어떤 입장인지 밝혀 주기 바란다”고 하기도 했다.
송 부장판사는 자신이 글을 쓴 이유에 대해 “김 대법원장이 현재 진행 중인 이석태·이선애 헌법재판관의 후임 선정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지명권을 행사할 우려가 있어서”라고 밝혔다.
한편 안희길 인사총괄심의관은 이날 법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2020년 7월 10일 무렵 추천위원장 집무실을 방문했다”며 당시 만남을 인정했다. 그는 이어 “일간지 칼럼에 언급된 심사 대상자들에 대한 질문에도 답변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부분까지 고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