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남욱.

‘대장동 사건’ 핵심 중 한 명인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가 5일 재판에 나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작년 9월 자신에게 “천화동인 1호 지분의 10%를 네(남욱) 것으로 하자”고 여러 차례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작년 9월은 대장동 관련 의혹이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던 시점이다. 이날 남씨 증언은 김씨가 실제 지분 구조를 감추고자 남씨를 회유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만배씨가 자신의 대장동 사업 지분 49%의 절반인 24.5%를 정진상·김용·유동규씨 몫으로 배분했고, 공통 사업비를 제외하고 428억원을 지급하기로 최종 약속했다고 결론 내린 상태다. 남씨는 최근 재판에서 “이재명(현 민주당 대표) 시장 측 지분”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반면 김씨는 천화동인 1호가 자기 소유라는 입장이다.

남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 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김만배씨 변호인 질문에 “본인(김만배)이 2021년 9월부터 계속 저한테 부탁한 게 ‘(천화동인 1호 지분의) 10%는 네 거로 하자’는 것이었다”고 했다. 남씨는 “제가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김씨가)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천화동인 1호 지분의 10%는 네 지분으로 하자’고 여러 차례 부탁했고 (나는) 계속 거절했다”고 했다.

또 김씨의 변호인이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이 검찰에 제출된 것을 언제 알았느냐고 묻자, 남씨는 “녹취록을 낸 당일 저녁에 알게 됐다”고 했다. 남씨는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김만배씨에게 전화해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출석해 녹취록을 냈다’고 전했고, (김씨가 나에게) 그 얘기를 전달해줬다”고도 했다. 총 140시간 분량의 ‘정영학 녹취록’은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주) 회계사가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김만배씨 등과 나눈 대화 내용을 녹음해둔 것으로 작년 9월 26일 검찰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정진상씨 등 이재명 대표 측근이 검찰 수사 초기부터 대장동 일당과 수사 상황을 공유했다는 의미가 된다.

김씨의 변호인은 작년 10월 미국에 체류하던 남씨가 귀국길에 JTBC와의 인터뷰에서 ‘그 사람(이재명 대표)은 (부탁해도) 씨알이 안 먹힌다’고 말한 것과 관련, “이 인터뷰는 거짓말인가”라고 남씨에게 물었다. 이에 남씨는 “워딩(말) 자체는 사실이다. 이재명은 ‘공식적으로’ 씨알도 안 먹힌다”며 “밑의 사람이 다 한 거다. 추측이니까 걱정돼서 함부로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곧바로 남씨가 “배경 설명드릴 수 있는데 그럴까요” 하자 김씨 변호인은 “됐다”고 했다.

이어 김씨 변호인은 “증인(남욱)이 ‘정영학씨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 윤영찬 의원을 통해 김만배씨에게 크게 싸움을 걸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게 맞느냐”고 물었고, 남씨는 “네”라며 “박환택(정영학씨 변호인) 변호사가 천화동인 실소유주 관련 부분, ‘50억 클럽’ 관련 부분, ‘정영학 녹취록’ 등을 윤 의원에게 넘겼다는 얘기를 (작년 말에) 기자한테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