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을 했던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릴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6일 이 발언을 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문 전 대통령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도록 한 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한 보수 단체 회의에 참석해 “부림사건 변호인 문재인은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는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교사와 학생 등 20여 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사건으로, 고 전 이사장이 수사 검사였고 문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의 재심 변호인을 맡았다. 문 전 대통령은 2015년 9월 “허위 사실 공표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 전 이사장에게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3000만원, 2심은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날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의견 내지 입장 표명으로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한)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며 “공적 인물인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검증 과정의 일환으로 봐야 하고 부정적 측면만 부각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파기 환송 이유를 밝혔다. 고 전 이사장은 2017년 9월 이 발언으로 허위 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법원은 “‘공산주의자’는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이라며 무죄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