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2년 만에 사형 제도가 헌법을 위배하는지를 심사하는 공개 변론을 열었다. 앞서 헌재는 사형제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두 차례 내린 바 있다. 1996년에는 7대2 의견으로, 2010년에는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나왔다. 사형제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오려면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이날 공개 변론은 2018년 6월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가 사형제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헌재에 내면서 이뤄진 것이다. A씨는 1심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법원에 ‘사형제는 헌법 위배이니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달라’고 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A씨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함께 ‘사형제가 헌법이 보장하는 생명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이날 변론에서 “사형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 입증되지 않았고 오판 가능성도 있다”면서 “종신형 등으로도 범죄자를 사회에서 영구 격리해 사회 보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생명은 절대적 가치이니 법적 평가를 통해 생명을 박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사형은 사회악의 근원을 영구 제거해 사회를 방어한다는 공익적 목적이 있다”면서 “인간의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를 고려하면 종신형은 사형을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작년 9월 1007명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여론 조사에서 77.3%가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영국에서는 1965년 사형제 폐지 이후 20년간 살인 범죄가 60%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고 법무부가 밝혔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한꺼번에 23명이 사형된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유엔(UN) 193개 회원국 중에 모든 범죄에서 사형을 폐지한 나라는 108개, 군형법을 제외한 일반 범죄에서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8개, 한국처럼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는 28개 등이다. 다만 국내 법원에서는 사형 선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대법원이 가장 최근에 사형을 선고한 것은 2016년 2월이다. 군 복무 시절 강원 고성군 육군 22사단 GOP(일반 전초)에서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B씨에 대해 사형을 확정한 것이다. 하급심에서도 사형 선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3일 C씨가 2명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에 사형제 위헌 결정이 나올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사형제 위헌 의견인 헌법재판관이 1996년 2명에서 2010년 4명으로 늘어났고 지금 헌법재판관 중 5~6명이 진보 성향이라 위헌 결정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