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살지 않는 다세대주택 주차장에 관리인의 허가 없이 차를 주차하고, 차를 빼달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면 건조물 침입으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심현근 판사는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된 A(29)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의 5층 규모 다세대주택 1층 주차장에 관리인 허락 없이 차량을 1시간가량 주차했다. A씨가 차를 댄 주차장은 필로티(벽 대신 기둥만으로 건물을 떠받쳐 지상층을 개방한 구조) 형태의 다세대 빌라로, 건물에 별도의 주차 차단기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차량을 발견한 건물주가 차를 옮겨달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A씨는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1월 A씨를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약식 재판부가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혐의 성립에 다툼이 있을 것이라 판단해 정식 재판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씨는 재판에서 ‘해당 건물에 잠시 주차했을 뿐 건조물 침입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가 주차한 1층 필로티 공간은 그 형태 및 구조상 건조물의 이용에 제공되고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해서는 안 되는 공간임이 명확하게 드러난다”면서 “A씨에게 건조물 침입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A씨는 1시간가량 차량을 주차하면서 건물주의 퇴거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거주자들의 주거 평온을 해친다고 볼 수 있고 고의성도 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