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조선DB

공수처가 작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고 판단해 13일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했다.

다만,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이 조성은씨와 ‘고발 사주’ 의혹 보도를 사전 모의했다는 ‘제보사주’ 의혹은 무혐의로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수사를 질질 끌다 박 전 원장 퇴임 이후에야 사건을 처리했다”며 “눈치 보기 수사 결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법위반 등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9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가 공수처에 ‘제보사주 의혹’ 등을 고발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을 한차례 서면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9월 2일 ‘뉴스버스’는 조성은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을 최초 보도했는데, 보도 전 조씨와 박 당시 국정원장이 수차례 만난 사실이 밝혀져 정치권을 중심으로 “박지원 기획설, 제보사주”라는 의심이 제기됐다. 윤석열 캠프도 그달 13일 박 전 원장과 조씨 그리고 두 사람 만남에 배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 국정원 직원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그러자 박 전 원장은 이튿날인 14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내가 그에 관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며 “잠자는 호랑이가 정치에 개입 안 하겠다는데 왜 꼬리를 밟느냐. 그러면 화나서 확 물어버린다”며 사전 모의설을 강하게 반박했다. ‘윤우진 사건’은 윤 전 총장이 측근 윤대진 검사장의 형인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하고 그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다.

이후 윤석열 캠프도 다음날인 작년 9월 15일 “박지원 원장은 근거 없이 윤석열 후보가 마치 용산세무서장 사건에 부정하게 관여된 것처럼 발언하여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 부당 관여했다”며 공수처에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공수처는 제보사주 의혹에 대해 “고발사주 사건 언론 제보에 관해 박 전 원장과 조씨 등이 협의하거나 성명불상의 전 국정원 직원이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 박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불기소하고,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닌 조씨 등 사건은 대검으로 이첩했다. 조씨와 박 원장의 만남 자체는 사실로 확인됐지만 고발사주 보도 관련 모의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판단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윤우진 사건 인터뷰’에 대해서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일부 선거법 위반,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했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이 윤 전 서장 관련 자료가 없음에도 허위 발언을 해 윤 당시 후보의 명예를 훼손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수처는 “국정원장이 직위,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국정원법 위반, 선거법 위반은 불기소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