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사망보험금을 노린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지명수배된 이은해(31)씨와 내연남 조현수(30)씨가 앞서 복어독으로도 이씨의 남편 윤모(당시 39세)씨 살해를 시도한 내용이 담긴 텔레그램 대화를 주고받았고, 검찰도 이를 확보한 것으로 7일 전해졌다.

이 사건은 2019년 6월 이씨와 조씨가 이씨의 남편 윤씨를 익사로 위장해 살해했다는 내용이다. 이들 세 명은 당시 다른 지인 몇 명과 함께 용소계곡에 놀러 갔으며, 수영을 못하는 윤씨는 아내 이씨의 권유로 계곡으로 다이빙했다가 익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2019년 2월 이씨가 강원도 양양군의 한 펜션에서 윤씨에게 복어 정소,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 했으나 치사량 미달로 실패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작년 2월 수사를 본격화한 인천지검은 이씨가 2019년 남편에게 복어독을 먹이고 나서 내연남 조씨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보했다고 한다. 이씨가 당시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에는 ‘복어피(독)를 이만큼 넣었는데 왜 안 죽지’라고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씨 등의 주거지 압수수색에서 ‘대포폰’ 20여 개를 찾아냈고, 거기서 경찰 수사에서 미처 확보되지 않은 증거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씨와 조씨 모두 전과가 있고 주로 대포폰을 사용했다고 한다.

‘용소계곡 살인사건’

이에 따라 인천지검은 작년 12월 13일 이씨 등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그때까지 조사에 순순히 응했던 이씨 등은 2차 조사를 앞두고 행방을 감췄다. 검찰이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을 갖고 있는 것을 알게 되자 도주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검·경은 이씨 등의 여죄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2019년 5월 경기 용인시 낚시터에서 윤씨를 물에 빠뜨려 숨지게 하려다가 윤씨의 지인이 발견해 물 밖으로 나오면서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인천경찰청은 이씨의 전 남자친구 A씨가 2013년 태국 파타야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중 사망한 사건, 또 다른 전 남자친구인 B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2010년 인천 ‘석바위 사거리 사고’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당시 이씨도 동승했지만 사고 결과 B씨만 사망했고 이씨가 보험금을 수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검찰은 지난 3월 30일 이씨 등을 공개 지명수배했고, 검·경 합동 검거팀을 꾸려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 이씨와 조씨는 도주 전이었던 작년 4월 네티즌 100명을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고소한 뒤 수십만~수백만원 합의금을 받아낸 것으로도 전해졌다.

‘용소계곡 살인 사건’은 지난 2019년 10월 가평경찰서가 변사사건으로 종결했던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해 11월 보험사기를 의심한 보험사가 윤씨의 사망보험금 약 8억원을 주지 않자 이씨가 “보험사의 횡포”라며 SBS에 이를 제보하면서 사건이 다시 불거졌다. 이씨는 혼인신고 5개월 만이었던 2017년 8월 윤씨를 피보험자로 올려 6개의 보험에 가입했다. 윤씨가 “나 너무 배고파. 라면 살 돈도 없어”라며 생활고를 호소할 때도 매달 7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냈다고 한다. 윤씨가 익사 사망한 시각은 보험 계약 기간 만료 4시간 전이었다.

하지만 당시 사건을 취재한 SBS는 2020년 10월 ‘가평계곡 익사 사건 미스터리’로 방송하며 살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일산서부경찰서는 그해 12월 이씨 등을 살인 등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고, 같은 달 고양지청은 이씨 등의 주거지를 관할하는 인천지검으로 사건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