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15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대검찰청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 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 검사(공정거래위원회 파견)에 대해 중징계 의결을 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은 최근 외부 인사로 구성된 감찰위원회를 열고 이 검사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를 청구하기로 의결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감찰위원회 권고에 따라 이 검사의 징계를 법무부에 청구하면, 법무부는 검사 징계위원회를 열고 최종 징계 수위를 확정한다. 작년 12월 28일 이 검사를 허위공문서 작성,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한 서울중앙지검은 이 검사를 기소하면서 대검에 그를 해임할 것을 건의했고, 대검 감찰위는 정직 6개월 징계를 청구하기로 결의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검사는 2018~2019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으로 일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김 전 차관 사건의 재조사를 담당했다. 이 검사는 이때 김 전 차관에게 성 접대 등을 한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6차례 면담·조사해 면담보고서를 작성했다. 윤갑근 전 고검장이 윤중천씨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허위 사실을 담은 보고서였다. 이 검사는 이런 허위 보고서를 지상파·종편 기자에게 흘려 오보를 내게 했다. 그 오보로 윤 전 고검장 등이 피해를 입었다.

이 검사는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을 면담한 뒤엔 김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 배후에는 김 전 차관 아내와 친분이 있는 최순실씨가 있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썼다. 이 보고서엔 2013년 경찰이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인 곽상도 전 의원과 민정비서관인 이중희 변호사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윤중천씨 등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부인하는 등 이 검사 보고서 내용은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검사가 이른바 ‘윤중천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배경에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라인의 입김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의 ‘기획 사정(司正)’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 하고 있다.

이 검사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 관련 작년 4월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 사건으로 차규근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광철 전 비서관도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