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날 오후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 등 검사들이 참여하는 비공개 검사 회의를 열고 통신 조회 논란 등에 대한 수습책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언론과 정치권, 민간인의 통신 자료 조회 남발로 전방위 사찰 의혹을 받는 공수처가 자기들이 위촉한 수사심의위원과 자문위원, 국회가 추천한 공수처 인사위원의 통신 자료도 조회한 사실이 11일 추가로 드러났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작년 10월 13일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의 통신 자료(주민등록번호·주소 등)를 통신사에서 넘겨받았다. 검찰 출신의 형사소송법 전문가인 이 교수는 작년 6월 공수처의 직접 수사 개시 여부 등을 심의하는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이 교수는 공수처가 진행한 수사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공수처 수사3부는 또 같은 날, 같은 공문(수사3부-383)으로 야당 추천 공수처 인사위원인 김영종 전 안양지청장의 통신 자료도 조회했다. 김 전 지청장은 “공수처뿐 아니라 인천지검,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총 4차례 조회당했다”며 “국가가 온통 사찰 공화국이 됐다”고 했다. 이 두 사람 외에 또 다른 공수처 자문위원도 공수처에서 통신 자료 조회를 네 차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와 김 전 청장은 현 정부의 ‘검찰 개혁’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원이다. 형소법학회에선 최소 20명 이상이 공수처로부터 통신 자료 조회를 당했다.

한편 공수처는 이날 오후 ‘검사 회의’를 비공개로 열고 ‘통신 사찰’ 논란 수습책 등을 논의했다.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을 포함해 공수처 검사 20명이 참여한 이날 회의에서는 “통신 조회 범위나 대상이 적절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등의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적법한 수사 행위가 과도하게 매도당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검사들은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도 고려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사를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처장에게 집중돼 있는 입건 여부 등 사건 처리 권한을 각 검사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현재 공수처는 사건이 접수되면 사건분석담당관실을 거쳐 처장이 모든 사건 입건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에 공수처는 검찰처럼 접수 사건을 각 공수처 검사에게 배당해 입건 여부를 결정하도록 사건 사무 규칙을 개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자체 수습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법조인은 “공수처가 통신 자료 조회뿐 아니라 자기들에게 비판적 기사를 쓴 기자들에 대해 통신 영장을 발부받고 ‘보복 수사’한 의혹도 있다”면서 “그 과정이 적법했는지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진욱 공수처장 등은 최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