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제기했다가 기각당한 ‘재판부 기피 신청’에 대해,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엄상필)는 28일 ‘다른 재판부에서 기피 신청의 타당성을 처음부터 따져보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임 전 차장은 지난 8월 본인 사건 1심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 윤종섭 재판장에 대해 기피 신청을 냈다. 윤 부장판사가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연루 판사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그것이 사실이라면 공정한 재판이 될 수 없다는 취지였다.
통상 피고인이 법관 기피 신청을 하면 사건 담당 재판부가 아닌 다른 재판부가 판단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기피 신청 대상인 윤 부장판사가 속한 형사36부가 ‘기피 신청’ 건을 맡았는데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할 경우 그것도 가능하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신속하게 ‘기피 신청 기각’ 결정이 나왔고 법원 안팎에서는 ‘셀프 기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임 전 차장은 이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항고했고 이날 서울고법은 “재판 지연 목적이 명백하지 않다”면서 다른 재판부에서 기피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심리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임 전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재판은 중단된다. 대법원에서 기피 신청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재판 중단 상태가 수개월 계속될 수도 있다고 한다.
법원 일각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 측근으로 통하고, ‘서울중앙지법 최장 3년 근무’라는 인사 원칙을 깨고 6년째 같은 법원에서 근무하는 윤종섭 재판장이 내년 2월 법관 정기 인사에서 교체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다.